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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HomeVideo2008/02/20 14:58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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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93> United 93


   <플라이트 93>의 제작에 동의한 9/11 희생자 유가족 중 한 명은 ‘왜 그렇게 빨리 영화를 만든 거죠?’라는 반응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한다. 9/11을 다룬 영화의 제작 시기는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른다고 결정한 폴 그린그래스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러니까 ‘언제’가 아니라 ‘왜’였다.

   질문에 답하기 위한 그의 선택은 2001년 9월11일에 UA93 여객기와 항공 관제국과 방공사령부에서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재연 혹은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플라이트 93>은 결론과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사건을 바라보는 데 주력한다.

   결과는? 우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식을 환기해냈다. 포스트 9/11 세계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첫 번째 사람들인 UA93의 탑승자들을 익숙한 주변인과 나 자신으로 인식하게 만들며,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경악과 이해력 부재로 인해 쉽게 공황에 빠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영화의 재연이 진실에 대한 무지와 의혹 그리고 죽은 자들의 신화를 그럴싸하게 검증했는지는 몰라도, 그린그래스의 바람대로 사건을 뚫어져라 바라본 결과, 역사를 잉태한 시대의 본질을 꿰뚫게 됐다고 자신하기는 힘들다. DVD 음성해설에서 계속되는 질문인 ‘무엇을 할 것인가?’가 ‘테러에 대한 응징’을 부르는 주문으로 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왜’에 대해 어느 정도 답했어야 했다. <플라이트 93>은 정치적 입장 없이 단순히 답을 찾고자 노력하라고 요구하는 게 무책임한 짓임을 스스로 증명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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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이트 93>에 출연한 이라크 출신 배우는 뉴욕 시사에 참석하고자 했으나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라는 응답을 들어야 했다. 시사회의 열렬한 반응에 고무됐을 그린그래스가 그 날 밤, 그 배우의 처지를 기억이나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상과 소리가 수준급인 <플라이트 93> DVD는 부록으로 영화 안팎을 상세하게 훑는 감독의 음성해설,  UA93에 탑승했던 40명의 희생자에게 바치는 다큐멘터리 ‘플라이트 93: 유가족과 영화’(60분)를 수록했다. (ibuti, 2007.2. 씨네21 590호)


<플라이트 93> United 93

2006년 / 폴 그린그래스 / 111분 / 2.3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소니픽쳐스 홈 엔터테인먼트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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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Comment2008/02/19 01:52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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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tomy of a Murder


<밴티지 포인트 Vantage Point> (피트 트래비스, 2008) ★★☆


대 테러 협약을 위한 세계 정상회담이 벌어지고 있는 스페인의 살라망카. 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려는 순간,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대통령이 쓰러진다. 그리고 몇 분 간격으로 벌어진 두 번의 폭발 테러.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마요르 광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넋을 잃는다.


<밴티지 포인트>는 TV중계차에서 바라본 사건의 현장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며 시작한다. 누가 죽였고, 왜 그랬을까. 영화는 관객의 궁금증을 그렇게 유발시킨 뒤, 정확하게 23분 전, 그러니까 12시로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러기를 다섯 번. 영화는 대통령의 암살에 얽힌 진실들을 조금씩 드러내고 끼워 맞춘다.


시간을 되돌린다거나 시간을 반복하는 기법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밴티지  포인트>는 시간을 되돌린 다음, 여덟 명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 혹은 해부하고자 한다. 그런데 제목 그대로 ‘관점’의 제시로 힘을 받아야 할 기회를, 영화는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테러를 저지른 자, 테러를 막아야 하는 자, 테러를 목격한 자들에겐 각각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그들의 입과 행동은 자기 입장을 제대로 말할 권리를 얻지 못하고, 영화는 영화대로 테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겨를이 없다.


대신 <밴티지 포인트>는 사건과 시간을 반복하면서 반전용으로 준비된 이야기로 90분의 시간을 채운다. 실제 대통령이 다른 곳에 있었다든지, 사랑하는 연인처럼 보였던 여자와 남자는 사실 적대적인 관계였다든지, 미국 대통령의 경호체계가 열혈 테러리스트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든지 등등. 그런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고, 그럭저럭 재미있을 정도는 된다.
 
영화의 문제점은 미국인을 제외한 모든 타자들을 미국인들의 관점으로 포장하고 해석하는 데 있다. 테러리스트는 왜 그런 일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목소리를 부여받지 못한 채 성질 더럽고 피도 없는 인간으로, 스페인 모녀로 대표되는 힘없고 길을 잃은 자들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리고 전자를 처단하고 후자를 구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미국인이다. 영화의 제목 ‘관점’은 오로지 미국인의 그것을 말하는 것이었음을, 영화는 그 끝에서 고백한다. <밴티지 포인트>는 살인에 관한 안일한 해부극이다. (ibuti)


* 마요르 광장 장면은 스페인이 아닌, 멕시코에 세워진 대규모 세트에서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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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Comment2007/11/01 11:02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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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dom on Fire

<킹덤 The Kingdom> (피터 버그, 2007)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에는 미국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뭔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들 거주지는 높은 벽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거나, 중무장한 군인들의 보호를 받는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다. 일전에 경복궁 근처에 있는 미국인 거주지에 가본 적이 있다. 일개 군무원의 가족이 널찍한 집을 별다른 임차비도 지불하지 않고 차지해 사는 걸 보며 씁쓸했다. 영토의 주인인 국민은 땅 한 평 더 얻으려고 기를 쓰며 사는데, 거대 국가의 국민은 다른 나라 땅에서 이렇게 쉽게 취급 받으며 살아도 되나 싶었다.

<킹덤>에서 왕국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칭한다. 중동에서 가장 친미성향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인 거주지가 없을 리 없다. 그 중 석유회사의 직원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폭발물이 터진다. 거주민을 노린 1차 폭발에 이어, 구조하러 온 집단을 노린 2차 폭발이 일어난다. FBI 요원 플러리는 희생자 중에 절친했던 동료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상부의 반대를 무릅쓴 채 동료 세 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감행한다.

‘테러’는 미국인에게 만사를 위한 구실이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자 군대를 보낼 때나, 국민이 분노의 대상을 찾을 때 ‘테러’ 한마디면 답이 된다. 세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테러를 없애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은 수많은 미국인이 남의 영토를 우습게 넘나드는 권한을 제공한다. 네 명의 FBI 요원이 총을 들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 배경은 그렇다. 그들 네명은 말로는 테러 조직과 맞선다고 하지만, 네 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첫 번째 동기는 동료의 복수다. 분야별 전문가답게 조직적인 수사를 펼치는 듯하던 그들은 마침내 테러 조직과 한바탕 일전을 벌인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죽은 미국인의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을 죽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산권엔 관심도 없는 듯 수많은 건물을 파괴한다. <킹덤>은 정치영화가 아니라 액션영화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질문해보자. 회교 과격단체가 자기들 땅 안에서 자기들 땅을 침범한 이교도들을 죽이는 건 테러인데, 남의 땅에 들어가 살상과 폭발을 벌이는 미국인들의 행동은 왜 테러라 부르지 않는가.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한답시고 무한대의 권한을 부여 받는 근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킹덤> 같은 영화를 보면 그래서 화가 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미국인들의 복수가 통쾌하다고 박수 치는 인간들이 있어, 나를 화나게 한다.

사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선을 탓하자면, <킹덤>으로선 섭섭할 만하다. 테러로 한정한다 해도 <킹덤>보다 못한 영화가 수백 편은 될 테니까. 게다가 <킹덤>은 마이클 만이 제작한 영화다. 마이클 만 영화의 강점은 정치적인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힘이었다. <킹덤>이 얄미운 것은 그런 강점은 강점대로 써먹는 한편, 양쪽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한 페인트 모션을 함께 취한다는 데 있다. 시작부터 중동과 미국의 오랜 관계를 소개하며 <시리아나>를 흉내 내던 <킹덤>은 마지막에 이르러 모호한 시선을 드러낸다. 실컷 쳐부술 때는 언제고, 갑자기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와 자신들의 행동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란다.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킹덤>은 지혜의 말씀이라도 되는 양 들려준다. 어차피 미국인을 위한 액션영화를 지향했다면, <킹덤>은 자기 자신에게라도 솔직했어야 했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른 제이미 폭스와 크리스 쿠퍼의 연기도 새로울 게 없어 지겹기만 하다.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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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동감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트랙백 겁니다.

    2007/12/1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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