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마차> Körkarlen
실체를 확인하지 못해 우리에게 전설로 남은 영화가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무성영화이자 공포영화인 <유령마차>도 그런 영화 중 한 편으로서,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15살 때 처음 접한 뒤 매 여름마다 보았으며, 내 영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작품이다.
12월 31일 밤, 묘지에서 술을 마시던 다비드(감독 자신이 직접 연기했다)는 옆의 주정뱅이들에게 무서운 전설을 들려준다. 전설인즉 그 해의 마지막 날에 마지막으로 죽은 자가 다음 한 해 동안 ‘죽음의 마차’를 몰며 영혼을 거두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비드는 자기가 올해의 죄인이 되리란 걸 모른다. 곧 죽게 되는 그의 영혼은 사자의 손에 이끌려 그가 저지른 죄악과 그로 인해 불행한 죽음에 이른 가족과 구세군 자매를 목격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플래시백 속의 플래시백, 흥미로운 전개, 매끄러운 편집, 정교하게 구현된 이중노출, 엄격한 구도 등 <유령마차>의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는 이 영화가 거의 9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유령마차>의 진정한 가치는 영화에 담긴 정신에 있다.
<유령마차>는 인간이 죽음에 대해 느끼는 정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영혼을 잃은 자의 고통을 빌려 인간과 선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배려, 영혼의 성숙과 구원에 대한 희망을 들려준다. <유령마차>를 보노라면 림보의 영역을 정말로 경험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영화를 예술과 사명으로 받아들인 시외스트룀의 진심이 아니었다면 어림없는 일일 것이다.
매티 바이 버전은 부록으로, 보기 힘든 베르히만의 소품을 별도 수록했다. 베르히만이 1990년경에 왕립극단의 무대에 올렸던 것을 TV 용으로 각색한 <이미지 메이커>(200년, 100분)는 <유령마차>의 감독, 원작자, 감독과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배우, 촬영감독 율리우스 옌존(베르히만의 영화적 동반자인 스벤 닉비스트를 가르친 사람이다)이 스튜디오에서 벌이는 가상의 사건과 대화를 통해 삶과 예술을 반추한 작품이다. (ibuti, 2008.3. 씨네21 643호)
<유령마차> Körkarlen (The Phantom Carriage)
1921년 / 빅토르 시외스트룀 / 107분 / 1.33:1 스탠더드 / LPCM 2.0 무성영화 / 영어 자막 / 타튼비디오(영국, 2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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