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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Comment2008/04/05 13:06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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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pirators of Pleasure.


킬위드미 Untraceable (그레고리 호블릿, 2007) ★★★


제니퍼 마시는 오리건 주 포틀랜드 소재 FBI 지부에서 사이버 범죄를 담당하는 베테랑 요원이다. 동료로부터 ‘killwithme.com' 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은 그녀는 접속한 순간 죽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생중계되는 걸 보게 된다. 심상찮은 낌새를 알아차린 그녀의 예상대로 본모습을 드러낸 사이트는 심각한 사태를 불러일으킨다. 범인이 선택한 다음 대상은 중년의 남자였고, 접속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죽음은 빨리 진행되며, IP주소를 계속 바꿔 기생하는 복제사이트를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속수무책인 수사팀을 비웃는 듯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가운데, 살인을 목격하려는 사이트 방문자의 수는 폭주 일로다.


얼마 전 개봉돼 적잖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클로버필드>처럼 <킬위드미>는 요즘 유행하는 문화인 UCC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현장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는 인터넷 초기부터 있어왔으나, <킬위드미>의 범인은 사이트로의 제한된 유입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노출과 접근을 꾀한다. 그의 치밀한 범행 준비, 대담한 살인행각, 숨겨진 의도가 관객의 긴장을 유발시키는 건 당연하다. 한데, 다행스럽게도 <킬 위드 미>는 사이버 범죄를 쉬운 흥밋거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포틀랜드 특유의 추적대는 비가 영화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 외에, <킬위드미>는 스릴러로서 특별한 구석이 없다. 몇 번의 사건이 일어나고, 중요 인물 중 누군가 희생되고, 결국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다는 전개방식엔 새로울 게 없으며, 범인을 찾아내고 전모를 드러내는 방식도 영화 속 첨단 범죄에 비하면 구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킬위드미>는 재미있다. <킬위드미>처럼 현실문제와 결부된 영화는 관객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을 영화 바깥의 현실로부터 구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현명하게도 그것을 간파한 <킬위드미>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킬위드미>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목격하는 심정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희생자 캐릭터가 비참하게 죽어서? 아니, 그것은 영화의 범죄가 반영하는 현실과 그러한 범죄가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 때문이다. 영화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만큼이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는 ‘킬위드미’ 사이트에 접속해 살인의 현장을 즐기는 네티즌들과 그들이 살인중계를 보면서 남긴 추악한 댓글들이다(영화는 그들을 ‘범죄의 공모자’로 규정한다). 살인이 벌어지는데 설마 그러겠냐고? 글쎄.

현대문명의 몰락이 감지되는 가장 큰 징후는 밀폐된 혹은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증가 추세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과 다른 사람간의 접촉은 점차 줄어들고, 그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시간을 소비한다.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그들에겐 포털 사이트에서 메인으로 뜨는 쓰레기 같은 뉴스가 양식이며, 게임 같은 놀이만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 것이다. 인간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그들에게 인간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호기심은 목숨이 아홉 개인 고양이도 죽인다고 했다. 인간을 호기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은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존재다. 그들에게 인간은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는, 그리고 폐기 가능한 재화와 다름없다. 게다가 호기심의 충족으로 쾌락, 쾌감을 얻음으로써 시간을 때우는 자는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기 마련이며, 호기심에 목마른 사람에게 궁극의 자극은 가짜 현실이 아닌 실재하는 사건들이다. 그들에게 ‘킬위드미’ 사이트가 제시된다면 영화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삶의 균형이 부서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 자체가 내겐 최고의 공포다. (ibuti)


* 연출을 맡은 그레고리 호블릿의 아버지는 FBI에서 26년간 활동한 요원이었다고 한다. 그의 영화에서 수사관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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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olding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이안레인은 참 여성스러운 얼굴이네요. 나이들어서 빵빵하게 바람넣지 않아도 아름다우실 듯.

    2008/04/25 10:22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20년 전의 다이안 레인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요즘 얼굴을 보며 솔직히 안타까웠답니다. 그리고 <점퍼>에선 얼굴에 바람을 좀 넣으신 듯...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나요?

      2008/04/28 10:43
  2. BlogIcon holding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년전의 다이안레인이라...그 스트리트오브파이어란 영화에 나오셨었죠? 보긴했는데 남자 주인공의 느끼함만 기억나요^^.

    2008/04/29 08:02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이안 레인은 어릴 때부터 성숙한 얼굴이었어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빛났던 배우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당시 반짝했던 수많은 청춘배우들처럼 그녀도 한동안 고전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못 봐서 그런지, 요즘 몇 편의 영화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면서 반갑더군요.

      2008/04/29 22:42

Film: Comment2007/11/01 11:02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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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dom on Fire

<킹덤 The Kingdom> (피터 버그, 2007)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에는 미국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뭔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들 거주지는 높은 벽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거나, 중무장한 군인들의 보호를 받는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다. 일전에 경복궁 근처에 있는 미국인 거주지에 가본 적이 있다. 일개 군무원의 가족이 널찍한 집을 별다른 임차비도 지불하지 않고 차지해 사는 걸 보며 씁쓸했다. 영토의 주인인 국민은 땅 한 평 더 얻으려고 기를 쓰며 사는데, 거대 국가의 국민은 다른 나라 땅에서 이렇게 쉽게 취급 받으며 살아도 되나 싶었다.

<킹덤>에서 왕국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칭한다. 중동에서 가장 친미성향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인 거주지가 없을 리 없다. 그 중 석유회사의 직원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폭발물이 터진다. 거주민을 노린 1차 폭발에 이어, 구조하러 온 집단을 노린 2차 폭발이 일어난다. FBI 요원 플러리는 희생자 중에 절친했던 동료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상부의 반대를 무릅쓴 채 동료 세 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감행한다.

‘테러’는 미국인에게 만사를 위한 구실이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자 군대를 보낼 때나, 국민이 분노의 대상을 찾을 때 ‘테러’ 한마디면 답이 된다. 세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테러를 없애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은 수많은 미국인이 남의 영토를 우습게 넘나드는 권한을 제공한다. 네 명의 FBI 요원이 총을 들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 배경은 그렇다. 그들 네명은 말로는 테러 조직과 맞선다고 하지만, 네 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첫 번째 동기는 동료의 복수다. 분야별 전문가답게 조직적인 수사를 펼치는 듯하던 그들은 마침내 테러 조직과 한바탕 일전을 벌인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죽은 미국인의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을 죽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산권엔 관심도 없는 듯 수많은 건물을 파괴한다. <킹덤>은 정치영화가 아니라 액션영화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질문해보자. 회교 과격단체가 자기들 땅 안에서 자기들 땅을 침범한 이교도들을 죽이는 건 테러인데, 남의 땅에 들어가 살상과 폭발을 벌이는 미국인들의 행동은 왜 테러라 부르지 않는가.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한답시고 무한대의 권한을 부여 받는 근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킹덤> 같은 영화를 보면 그래서 화가 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미국인들의 복수가 통쾌하다고 박수 치는 인간들이 있어, 나를 화나게 한다.

사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선을 탓하자면, <킹덤>으로선 섭섭할 만하다. 테러로 한정한다 해도 <킹덤>보다 못한 영화가 수백 편은 될 테니까. 게다가 <킹덤>은 마이클 만이 제작한 영화다. 마이클 만 영화의 강점은 정치적인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힘이었다. <킹덤>이 얄미운 것은 그런 강점은 강점대로 써먹는 한편, 양쪽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한 페인트 모션을 함께 취한다는 데 있다. 시작부터 중동과 미국의 오랜 관계를 소개하며 <시리아나>를 흉내 내던 <킹덤>은 마지막에 이르러 모호한 시선을 드러낸다. 실컷 쳐부술 때는 언제고, 갑자기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와 자신들의 행동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란다.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킹덤>은 지혜의 말씀이라도 되는 양 들려준다. 어차피 미국인을 위한 액션영화를 지향했다면, <킹덤>은 자기 자신에게라도 솔직했어야 했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른 제이미 폭스와 크리스 쿠퍼의 연기도 새로울 게 없어 지겹기만 하다.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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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월덴지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 동감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트랙백 겁니다.

    2007/12/12 01:44

Film: Garage2007/07/27 00:21 Posted by ibuti

<브리치  Breach> (빌리 레이, 2007)

추천별점 : ★★★

개봉예정일 : 2007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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