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 Bent for Feather
<만덜레이> (라스 폰 트리에, 2005년)
<만덜레이>는 라스 폰 트리에의 '아메리칸 삼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전편 <도그빌>에서 작은 광산 마을 '도그빌'을 끝장낸 그레이스. 그녀는 아버지의 갱단과 미국 남부를 지나다 알라바마주의 오지마을 '만덜레이' 에 도착한다. 그레이스는 그 곳에서 백인 주인에게 예속된 흑인들을 보게 된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노예제도가 사라지지 않은 그 곳에 남아 변화를 이끌기로 결심한다. <서푼짜리 오페라>에서 영감을 얻어 <도그빌>을 만든 라스 폰 트리에는 이번엔 장 폴랑의 <O의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전편과 단순하게 비교해보자. 그레이스 역은 니콜 키드만에 이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맡았고, 아버지 역도 제임스 칸에서 윌렘 데포로 바뀌었지만 연극적인 무대는 여전하다. 도그빌처럼 만덜레이의 내부엔 그레이스가 알지 못한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그레이스는 전편의 톰에게 그랬듯이 흑인 노예 티모시를 향한 열정에 사로잡히다 결국 배신 당한다. <만덜레이>에는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 인간을 억압하는 구도를 형성한 게 백인의 책임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레이스가 남는다는 설정부터 어색하고, 들쭉날쭉한 전개는 의식의 흐름을 흩뜨려놓는다. 3시간 가까이 긴장의 강도를 더하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르던 <도그빌>이 나았다는 생각이다. 누아르로 결말을 맺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한 <도그빌>에 비해 끝장난 누아르(도입부에서 로렌 바콜이 괜히 죽는 게 아니다)로 시작해 그레이스의 도주극으로 끝나는 <만덜레이>는 지루하다.
<도그빌>이 사악한 백인 미국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만덜레이>는 아둔한 흑인 미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라스 폰 트리에는 두 영화가 미국의 백인과 흑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라고, 반미성향의 영화가 아니라고 누차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영화는 미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그가 굳이 1930년대의 미국과 미국인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그 안에서 미국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인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만덜레이>는 '자유와 속박' 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저지르는 인간의 결함을 다룬 영화라기보다, 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비판의 두번째 장으로 읽힌다. '아메리칸 삼부작' 시리즈의 모호함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라스 폰 트리에의 본심에서 기인한다. 3부작의 마지막인 <워싱턴>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3부작의 핵심임을 알 수 있는 <워싱턴>이 공개될 때에야 3부작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데, 라스 폰 트리에는 2006년 작품 <오 마이 보스>를 만들면서 그간의 형식 실험에 지쳐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연 '아메리칸 삼부작'을 완성하기 위해 괴로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감독이란 실로 피곤한 직업이다. (ibuti)
* 한국 개봉예정일 : 7월 26일
* 전편에 이어,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사진들과 데이비드 보위의 <Young Americans>가 엔드 크레딧을 장식한다. <Young americans>는 시리즈의 테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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