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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HomeVideo2007/10/17 22:08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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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컬렉션> Abbas Kiarostami Collection

   웨딩 비디오를 제작하는 남자가 비디오테이프와 DVD 중 어떤 매체를 선택할 건지 묻자, 제작을 부탁한 남자는 그릇에는 관심이 없다고 답한다. 마르코 벨로키오의 신작 <웨딩 디렉터>에 나오는 한 장면은 홈비디오의 오랜 화두를 떠올리게 한다.

   때마침 그 화두를 다시 꺼내게 만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컬렉션>이란 DVD가 출시됐는데,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차세대 홈비디오 매체 중 하나인 블루레이 디스크가 첫 출시될 즈음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화질의 이 DVD가 때깔 고운 신작을 고스란히 수록한 블루레이 디스크와 여러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뒤늦게 출시된 이 세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여기 수록된 소위 ‘지그재그 삼부작’의 경우 매끄러운 화질로 완전하게 수록된 DVD는 아직껏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특히 앞 두 편의 화질을 보자면 제작사가 마스터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러므로 이들 작품이 조만간 차세대 매체로 출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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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당신은 영화 자체가 소중하므로 그냥 이 DVD 세트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된 화질로 나올 때까지 다시 긴 세월을 기다릴 것인가. 또 아니면 경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처럼 그런 구분 자체를 초월할 것인가. 각자 질문하는 시간이다.

   사실 배우, 영화, 시간, 현실, 관객 사이에 놓인 벽이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한 자에겐 또 다른 경계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로 느껴진다.

   각 영화의 마지막 - 노트 사이 꽃잎을 볼 때(<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언덕 너머로 두 아이가 넘어갈 때(<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남자가 희열에 차 뛰어올 때(<올리브 나무 사이로>), 죽음을 결심한 자가 석양을 볼 때(<체리 향기>) -에서 관객은 문득 영화 속 한자리를 차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창조자의 손길이 인간과 그가 사는 터전을 스쳐간 이들 작품을 보며 그 손길 아래에 경계가 있다면 그 또한 우스운 일 아닌가 싶다. 키아로스타미 작품의 유일한 경계는 삶과 죽음 사이에만 존재한다. (ibuti, 2006.9. 씨네21 572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컬렉션> Abbas Kiarostami Collection
1987~1997년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376분 / 1.66:1 비아나모픽(<올리브 나무 사이로> 아나모픽) / DD 2.0 이란어 / 한글 자막(일부 영어 자막) / 엔터원 (4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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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HomeVideo2007/07/18 21:2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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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The Wind will Carry Us


   그 해,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지루한 반복 같았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었다. 장례의식을 찍으러 시골마을을 찾은 주인공에게 기대했던 죽음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릴없이 몇 주를 보낸 후, 그는 죽음대신 삶을 발견했음을 깨닫는다.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의 상대방과 죽음에 임한 할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눈은 있으나 보질 못하는 맹인과 다름없다. 그러니 주인공과 관객에게 주어지는 몇 주와 2시간은 삶에 눈뜨기 위한 시간이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노인의 지혜가 나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듯하다.

   키아로스타미는 사진집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에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이라고 써놓았다. 영화는 그에 더해 할머니가 태어나기 전, 마을이 세워지기 전, 거목이 싹을 틔우기 전, 시가 흘러나오고 바람이 불던 시원의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영화가 백 살을 맞은 1990년대를 기억하면 <펄프 픽션>과 <타이타닉>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영화 속 삶이 갈수록 뻔뻔해지고 죽음은 쉽게 다루어지는 이 시대에, 낯선 방식으로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야말로 1990년대의 진정한 대표작이자 새로운 영화세기의 시작이란 생각이다(장 루이 뢰트라와 수잔 리앙드라 기그는 <영화를 생각하다>에서 오아시스로 데려갈 20명의 감독과 30편의 영화에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포함시켰다). DVD는 부록으로 포토갤러리(사진)를 이어 붙인 예고편을 수록했다. (ibuti, 2006.1. 씨네21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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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The Wind will Carry Us
1999년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113분 / 1.80:1 아나모픽 / DD 2.0 이란어 / 한글, 영어 자막 / 엔터원
< 화질 ★★★☆  음질 ★★★☆  부록 ☆ >

< Comment : 1990년대 말, 갑자기 무더기로 접한 이란영화들에 벌써 지겨워지고 있었다. 부산영화제에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를 처음 만난 건 그런 때였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는 영화의 신세계였다. 세기말에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영화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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