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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3 프리츠 랑 아메리카 특별전 (2) : 빅 히트 (1953) by ibuti
Film: Special Column2007/09/13 11:13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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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판 포스터


<빅 히트> The Big Heat (1953)

감독 : 프리츠 랑

글렌 포드 (데이브 베니언 역)
글로리아 그레이엄 (데비 마시 역)
조슬린 브란도 (케이티 베니언 역)
리 마빈 (빈스 스톤 역)
알렉산더 스커비 (마이크 라가나 역)

영화평론가 롭 화이트는 “프리츠 랑의 세계는 프란츠 카프카와 레이먼트 챈들러의 그것에 공히 속하며, 랑은 예술가와 대중적인 이야기꾼, 염세주의자와 엔터테이너의 혼합체다”라고 쓴 바 있다. <빅 히트>는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뒤, 1930년대 말에 소외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사회 삼부작’을 만들고, 1940년대에는 ‘욕망과 도착’에 몰두하는 등 언제나 범죄와 악을 탐구했던 랑은 1950년대에 이르러 범죄영화의 정점에 도달한 영화를 줄지어 발표했다. <빅 히트>는 그 시기의 대표작이다. 한 편의 우화 같은 랑의 영화가 시간이 흘러도 모던한 느낌을 잃지 않는 건, 랑이 범죄의 시간으로서의 1900년대를 정확하게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정직하지만 어리석은 형사,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악당, 범죄 집단과 연결된 부패 조직들, 희생당하는 여자의 모습은’ 20세기의 단면에 다름 아니며, 벽, 유리창, 시계, 사진, 계단과 방을 따라 다양한 각도와 속도로 넘나드는 유려한 카메라는 범죄 행위를 양식화하며 범죄의 세기의 실체를 구성한다. <빅 히트>의 형사가 한 개인으로서 부딪히는 범죄 집단, 거대 조직, 관료제도의 막강한 힘이 현재도 우리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주체임은 부정할 수 없다.

강력계 형사 베니언(글렌 포드)은 고지식한 인물이다. 자기 가정과 보통사람이 속한 영역으로 더럽고 추악한 것들이 침입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그는 범죄자들에게 눈엣가시다. 동료 형사의 자살 사건을 맡은 그는 배후에 거대 범죄 조직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진실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의 아내를 포함한 희생자의 수는 늘어만 간다. 그러던 중, 조직 두목의 오른손인 빈스(리 마빈)의 정부 데비(글로리아 그레이엄)와 조우하면서 베니언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데비는 죽음이 드리운 영화에 유일하게 활기찬 에너지를 제공하는 인물인데, 빈스가 뜨거운 커피를 뿌리는 바람에 그녀의 한 쪽 얼굴은 화상으로 일그러진다. 두 부분으로 나뉜 그녀의 얼굴은 경계 양쪽으로 구분지어진 세상을 은유한다. 경계는 명확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보통사람들이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바로 곁에서 범죄와 부패가 들끓고, 살인을 일삼던 악당은 공식적으로 보통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게끔 정치인을 꿈꾼다. 얼굴의 한 쪽을 가린다 해도 그녀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도시 또한 추악한 쪽이 일상의 영역을 가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하고 죽는 것처럼, 도시도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부패한 형사의 죽음으로 시작한 <빅 히트>는 부패의 고리를 끝장내는 여자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결말이 결코 해피엔딩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인간이란 이름의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서야 사회는 질서와 평온과 균형을 되찾은 것이며, 그것조차 일시적인 것일 따름이다. 형사로 복직한 베니언이 사건의 현장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빅 히트>는 끝을 맺는다. 랑이 진단한 20세기의 우울은 21세기에도 여전하지 싶다. (ibuti)

* 베니언의 부인으로 출연한 조슬린 브란도는 말론 브란도의 누나다.

* ‘프리츠 랑 아메리카 특별전’을 맞이해 발간되는 소책자용으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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