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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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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6 퍼포먼스 (니콜라스 뢰그 & 도널드 캐멀, 1970) by ibuti (3)
Film: HomeVideo2008/06/16 10:5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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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Performance


도널드 캐멀와 친구 집단의 홈무비가 될 뻔한 <퍼포먼스>는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던 니콜라스 뢰그가 참여하면서 영화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배급을 맡은 워너는 완성된 영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2년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다 1970년에야 가까스로 개봉한 <퍼포먼스>는 여지없는 재앙이었다. 전설의 시작은 그랬다.

히피문화에 대한 본능적인 조소인 <퍼포먼스>는 포스트 우드스탁 시대의 공허와 히피 유토피아의 퇴락을 예언한 것이었고, 영화의 제작과 개봉 사이에 <기미 셀터 Gimme Shelter>(1970)에 나온 믹 재거는 <퍼포먼스>의 악몽을 알타몬트의 비극으로 현실화했으며, 사람들은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윌리엄 버로스의 이름을 들먹였다. 거기에 전대미문의 시도였던 음향, 편집, 조명, 색채 그리고 폭력과 마약, 섹스의 대담한 노출이 한몫한 것은 물론이다.

<경멸 Contempt>(1963)의 패러디로 시작하는 <퍼포먼스>는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친 악당 채스(제임스 폭스)가 우연히 얻은 정보를 통해 록스타 터너(믹 재거)의 집에 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무 것도 진실하지 않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에서 자신을 (카메라가 아닌) 총알로 생각하는 채스와 ‘벽을 검게 칠하는’ 터너의 정체성은 충돌하고 변화한다.

마침내 하나의 살인이 일어난 끝에서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 <퍼포먼스>는 포스트모던 영화의 전위에 선다. 이 시기에 <사라고사 필사본 The Saragossa Manuscript>(1965) 같은 전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중영화도 아니고 예술영화도 아닌, 시대에 대한 명상도 아니고 야유도 아닌, 현실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그리고 내러티브와 캐릭터의 구축엔 관심이 없으며, 록스타는 음악이 싫다고 말하며, 악당은 갱스터로 불리기를 거부하며, 고의로 계급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비윤리적인 노선을 걷는 <퍼포먼스>야말로 포스트모던 영화의 진정한 선구자라 하겠다. 106분 내내 영화를 지배하는 유일한 힘은 ‘광기의 논리’일 뿐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현실에서 벌어졌다. 극중 채스가 터너에게 “쉰 살이 되면 네 꼴이 볼 만하겠군”이라고 말한 걸 비웃기라도 하듯, 믹 재거는 쉰을 넘긴 후에도 타이츠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녔고, 그와 반대로, 록스타의 죽음을 꾸몄던 캐멀은 1996년에 권총으로 목숨을 끊는다. <퍼포먼스>의 전설은 그렇게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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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화질을 자랑하는 DVD는 부록으로 인터뷰와 평론가의 비평을 엮은 ‘영향과 논란’(25분), 믹 재거의 배우 데뷔를 조명한 ‘터너의 메모’(5분) 등을 수록했다. (ibuti, 2007.4. 씨네21 598호)

* 이 리뷰를 쓴 몇 개월 뒤 <퍼포먼스>의 DVD가 한국에서도 선보였다. 출시 자체가 신기한 사건이었으나, 얼마나 팔렸을지는...


* 지금 읽고 있는 책 <데릭 저먼: 대영제국의 꿈>에서 <퍼포먼스>를 언급한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1967년, 그 시대의 자유로운 충동의 일부로서, 성인 남성간의 동성애 행위를 합법화하는 레오 압세의 법안이 통과됐다. 전 국가적으로 성적인 각성을 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미술, 패션, 디자인, 사진은 모두 성을 통해 여과되었고, 팝음악 쪽에서도 게이 감수성의 영향을 보여주었다. 1968년에 만들어진 니콜라스 뢰그의 영화 <퍼포먼스>가 보여주는 성적인 시각의 변화는 이런 경향의 좋은 예이다.


<퍼포먼스> Performance

1970년 / 니콜라스 뢰그 & 도널드 캐멀 / 106분 / 1.78:1 아나모픽 / DD 1.0 영어 / 영어 자막 / 워너(미국)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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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오공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어제 DVD로 봤는데요, 오늘 글 올리셨네요. 이런 우연의 일치가! ^^;

    <욕망(Blow Up)>과 더불어 1960년대 '스윙잉 런던'의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격하고 파격적인 영화가 무사히 국내 발매되었다는 점도 감개무량 할 따름이고요..

    형식이 난해한 것은 둘째 치고, 이 영화는 믹 재거 주연답게 음악이 아주 좋더군요.

    중간에 영화 <파리, 텍사스> 테마와 똑같은 음악이 나와 놀랐는데, 크레딧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라이 쿠더가 기타를 연주했더라고요..

    잡소리가 많아졌습니다..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08/06/16 15:22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오공훈님과 저 사이에 뭔가 흐르는 게 있나봐요. 영광입니다. ^^

      그리고 아! <욕망>. <욕망>과 <퍼포먼스>에 담긴 스윙잉 런던의 이면엔 좀 특별한 구석이 있지 않나요? 전 <욕망>에서 살인이 벌어진 공원의 그 서늘한 바람과 분위기를 너무 좋아해서, 영국에 갔을 때 그런 곳을 찾아다닌 적도 있답니다.

      <퍼포먼스>는 이 리뷰를 쓸 때 처음 봤어요. 전설적인 작품임에도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더라구요. 리뷰를 쓰느라 서두르면서 보는 바람에 놓친 게 많았을 텐데, 라이 쿠더가 연주에 참여한 건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음악도 기억이...ㅠㅠ.

      2008/06/17 00:16
    • 오공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뭔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

      동 시대 미국의 히피즘이 어린이들 뛰놀 듯 밝고 명랑한 면이 두드러진다면, 스윙잉 런던은 뭐랄까, 회의(불가지론?)나 허무의 기운을 읽을 수 있더라고요. 성적인 면도 순진(미국)과 퇴폐(영국)로 확연하게 갈라지고요..

      <욕망>과 <퍼포먼스> 둘 다 그런 특징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워낙 난해해 음악에 좀더 귀 기울이다 보니, 친숙한 멜로디가 들려 그만 알아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

      2008/06/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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