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제5 영화관

Film: Comment2007/10/26 11:13 Posted by ibuti

사용자 삽입 이미지

Somebody's Knocking

<M [엠]> (이명세, 2007)


<M>이 좋다고 말하기란 쉽다. 이명세식 스타일을 마음껏 펼친 실험적 러브스토리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영화에 뭔가 있는데 표현하기 어려울 때 써먹으면 좋은 방법이다. <M>을 욕하기는 더 쉽다. 영화가 전혀 친절하지 않은 데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두고 쓸데없이 멋을 부렸다고 욕하면 된다. 그러니까 <M>은 보는 사람에 따라 아주 개인적인 영화가 될 확률이 높다. 결론은, <M>을 환대하는 사람이나, 욕하는 사람이나 그리 믿지는 말라는 말이다. 각자 보고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굳이 이런 글을 왜 써서 보여 주냐고? 그냥 내가 본 <M>을 내 나름대로 기억하고 싶어서다.

한민우는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자’란 라벨이 붙은 남자다. 베스트 셀러 작가에 잘 생긴 외모 그리고 부유한 집안 여자와의 결혼. 완벽해 보이는 이 남자의 신경이 요즘 부쩍 예민해졌다. 하긴 이쯤에서 고민 하나 없다면 영화가 무슨 맛이겠나. 선금을 받아 챙긴 신작의 집필은 진전이 없고, 악몽과 불면의 밤이 반복된다. 그리고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

서른을 앞둔 남자는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인생이 전혀 새롭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누구나 그 시절에 한번쯤 겪을 일.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대응은 다양할 터, 한민우가 선택한 방식은 과거의 소환, 정확하게는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다. 첫사랑의 기억이라. 보통사람이라면 그냥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지, 라며 한번 웃고 지나갈 일을 그는 특이하게 통과한다. 그는 말 그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예전의 기억을 하나씩 불러내고, 그것을 하나씩 글로 쓰는 게 술술 쉽게 풀린다면, 이건 또 영화가 재미없어지는 방식이다. 한민우는 ‘무의식중’에 과거를 소환하는 바람에 혼란을 겪는다. 자기 앞으로 돌아온 과거를 그는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과거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다. 소녀는 대체 누구이고, 그 소녀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렇다면 반대로, 과거에서 돌아온 소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소녀는 정체성을 상실한 존재다. 우리는 귀신 혹은 영혼이 모든 일에 빠삭하고, 대체로 무서운 존재라고 착각하곤 한다. 만약 귀신이 있다면 그들은 ‘마이티 파워’를 갖춘 존재들이 아니라, 생전의 사람처럼 망각하고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여야 맞지 않을까. 그러니까 불려나온 소녀 미미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본능적으로 저 남자, 한민우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은 남아 있으나, 도무지 현실감이 없는 그와의 관계에 미미 또한 죽을 지경이다. 저 남자가 사랑스럽지만 어떨 때는 그를 향한 까닭 모를 분노가 치밀고, 저 남자를 보호하고 싶지만 역으로 그가 나를 생각할 때마다 슬퍼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소녀 또한 묻는다. ‘도대체 저 사람과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그리고 나에게 벌어진 일은 또 뭐야’

이쯤에서 글을 다시 시작하자(이명세도 영화 안에서 영화를 자꾸 다시 시작하지 않는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 안팎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가 누구인지 몰라 궁금해 한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스토리는 재미있다면 있고 재미없다면 없다. 관객은 누구나 그들이 첫사랑임을 알고 있는데, 주인공들만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살짝 쑥스러워진 이명세는 주인공뿐 아니라 영화의 형식마저 혼란스러운 도가니로 빠트린다. 시간의 흐름은 파괴되고, 영상은 촬영과 편집이 아니라 모자이크의 범벅으로 채워진 것 같으며, 뒤섞인 이야기는 얌전한 내러티브와 대사에 대고 코웃음을 짓는다. 시사회장에서 이명세가 “여러분들은 혼돈에 빠질 것이다. 꿈을 꾼다고 생각하라”고 당당하게 말했을 만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췄다면 <M>은 너무나 지루했던 <형사>의 반복에 그쳤을지 모른다. 이명세는 현명하게도, 혹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옛 영화를 가지고 와 덧붙인다. 민우가 11년 전 ‘첫사랑’을 기억해내는 것처럼, 이명세도 <첫사랑>을 비롯한 옛 영화들을 기억해낸다. 주인공이 첫사랑의 기억을 하나씩 더듬으며 구원의 빛을 발견하는 동안 <M>도 자신의 위치를 좀 더 편안한 곳에서 찾는다. <M>의 클라이막스는 온전히 이명세 초기영화에 대한 스스로의 오마주다. 이명세 영화의 진짜 아름다움은 향수와 키치와 동화가 범벅된 세트에 있다. 1970년 전후의 서민 주택을 모델로 한 이 세트 안에서 근대화시기에나 어울릴 법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비현실적인 빛과 컬러는 옛 향수를 자극한다. 그리고 이명세 영화의 대책 없는 낭만주의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거기서 살포시 막을 내린다. 첫사랑을 기억하게 된 소녀는 죽음과 상관없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본래 자리로 돌아가고, 첫사랑의 꿈에서 깨어난 남자는 현실의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변한 건 없다. 그게 다다. 이명세 영화는 정말 비전 없는 꿈이다. (ibuti)


TRACKBACK :: http://cinema5.tistory.com/trackback/632

글이 어땠나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1  ... 344 345 346 347 348 349 350 351 352  ... 964 
Google
블로그 이미지 영화 좋아하나요?by ibuti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964)
Film: Comment (98)
Film: HomeVideo (439)
Film: Special Column (40)
Film: Garage (362)
Music Life (24)
Dear Diary (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