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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Special Column2007/06/16 01:04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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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로든 전투>(1964)  <워 게임>(1965)  <프리빌리지>(1967)  <글래디에이터>(1969)  <퍼니시먼트 파크>(1971)  <에드바르트 뭉크>(1974)  <어둠의 땅>(1977)  <자유로운 영혼>(1994)  <코뮌>(2000)

 

피터 왓킨스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노동과 사랑과 소통에 관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이며 인간적인 행위다”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영화철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40년 가까이 세상을 떠돌며 영화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는 영화 제작자이자 미디어 이론가이며 교육자다. 아마추어 영화운동 시절 만든 단편 <잊혀진 얼굴들>이 그해의 아마추어 영화로 뽑히면서 BBC 방송에서 일할 기회를 잡은 그는 데뷔작 <컬로든 전투>로 영국 다큐멘터리의 전통을 이을 총아로 인정받았으나, <워 게임>이 BBC에서 방영 금지된 데 이어 <프리빌리지>가 히스테리에 가깝게 거부당하고 그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마저 깊어지자 영국을 떠나게 된다. 이후 자신의 프로젝트를 주류 바깥에서 영화화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와 지원단체를 찾아다닌 그는 영화의 망명자 혹은 집시 감독에 다름 아니었다.

종종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대부’로 불리는 그이지만, 순수한 다큐멘터리도, 100 퍼센트 드라마도 만든 적 없는 그에게 더 어울리는 이름은 ‘실제와 허구의 긴장 속에서 작업하는 다큐멘터리 작가’일 것이다. 그가 아마추어 시절 세운 원칙 중 몇 가지는 변화의 와중에도 철저히 지켜졌는데, 그것은 첫째 비전문 배우에게 연기를 맡기는 것이고, 둘째 연기자가 카메라 혹은 관객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왓킨스는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심리적 동화 과정을 거치고 영화의 주제 및 역사, 사회, 정치적 관점을 나누고자 노력했으며(<코뮌>의 출연자들이 프랑스의 사회 변화를 목표로 그룹을 결성한 것은 그런 과정이 맺은 주요한 성과 중 하나다), 비전문 배우들은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살려 관객에게 다큐멘터리와 현실의 느낌으로 다가갔다.
또한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거나 인터뷰용 마이크에 응하는 연기자(왓킨스는 그들이 연기할 동안 ‘카메라를 보라’고 수없이 고함쳤다)는 관객이 과거와 허구가 아닌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실제 현장과 마주하고 있거나 캐릭터에게 직접 질문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관객과 감독, 카메라와 캐릭터 사이에 즉각적인 일체화의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왓킨스가 끊임없이 다루는 주제는 ‘약자 혹은 보통 사람이 주인인 역사의 복구’와 ‘대중 매체의 전복’이다. 전투에 패해 학살당한 고지 사람들(<컬로든 전투>), 핵폭발로 죽어가는 시민(<워 게임>), ‘평화 게임’에 의해 조종당하는 군인들(<글래디에이터>), 반체제의 명목으로 처형당하는 젊은이들(<퍼니시먼트 파크>), 혁명의 꿈을 꾼 죄로 죽음을 맞는 파리의 코뮈나드들(<코뮌>)은 모두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당하고 버려진 보통 사람들이며, 제국주의와 냉전의 시대를 통과하는 이들 영화는 그러한 일들이 과거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지금 버젓이 벌어지고 있고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그리고 왓킨스는 대중매체의 위기를 비판하기 위해 ‘모노폼(Monoform)'이란 단어를 만들어내면서, 획일화, 단순화, 융통성의 부재, 속도,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 음향의 폭발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대중매체들이 관객을 기만할 뿐 아니라 대중이 매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 정치, 경제 시스템의 위계질서를 유지 또는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해왔다. 대중이 시스템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비민주적이고 교묘한 대중 매체에 도전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TV에 대한 단순한 반응이 자각과 해석이란 반작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 동안 왓킨스가 주류로부터 밀려나고 배척당한 건 슬픈 사실이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될 피터 왓킨스 회고전의 목록에는 보기 힘든 그의 대표작들이 두루 망라되어 있다. 영국 본토에서 마지막으로 벌어진 야만적 전투의 기록 <컬로든 전투>, 냉전시대가 두려워한 가장 끔찍한 악몽 <워 게임>, 왓킨스 자신의 은유이면서 대중스타의 흥망사인 <프리빌리지>, 시대를 앞서간 SF 혹은 블랙코미디 <글래디에이터>, 미국의 기반이 폭력에 있음을 고발한 <퍼니시먼트 파크>, 왓킨스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보낸 20년의 산물인 <에드바르트 뭉크> <어둠의 땅>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왓킨스가 시스템에 저항해 걸어온 길의 한 결산이자 정점이라 할 <코뮌>은 전부 다 대단한 ‘감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왓킨스는 그 효과 혹은 힘을 표면적인 수용의 단계 너머 ‘논리적인 귀결’로 이끌기 위해 각자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피터 왓킨스의 영화를 보러간다는 것은 그러니까, 어떤 숙제를 예상하면서 떠나는 적극적인 발걸음이라 하겠다. (ibuti, 2007.4. 씨네21 600호)

<2007년 전주영화제에서 열리는 '피터 왓킨스 회고전'용 글이었다. 본 지 오래된 작품들이어서 다시 꺼내 보고 쓰느라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힘들었지만, 덕분에 왓킨스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건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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