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제5 영화관

Film: Special Column2008/10/05 16:31 Posted by ibuti

지난 9월 26일, 폴 뉴먼이 죽었다. 뉴먼은 2000년대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젊은 관객에게 그는 과거의 배우다. 그의 부고는 기껏 <내일을 향해 쏴라>나 <스팅> 정도의 영화로 대배우를 소개하고 있으며, 그의 연기와 작품을 심도 깊게 다룬 기사는 찾아봐도 없는 걸 보면, 기자들에게도 그는 과거의 존재임에 다름 아닌 것 같다. 나는 젊은 세대들이 중년 이후의 뉴먼만을 기억하는 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보자. 내게 폴 뉴먼과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인) 톰 크루즈는 비슷한 배우다. 미래의 아이들이 크루즈의 중년 이후 작품만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당신은 크루즈의 풋풋한 연기와 젊은 시절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을 게다. 그런 심정으로 이 리스트를 만들었다. 물론 이 열 편의 영화는 뉴먼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며, 이 작품이 그의 걸작이라고 굳이 고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내가 본 뉴먼의 작품 중 그의 아름다운 얼굴이 인상 깊었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꼽았다.

* 사진은 모두 DVD에서 캡처한 것이며, 아울러 그의 ‘77년 작품 <슬랩 샷>과 ’82년 작품 <평결>을 포함시키지 못한 건 오로지 두 작품의 DVD가 내게 없기 때문임을 밝힌다.



<상처뿐인 영광> (Somebody Up There Likes Me, 1956)

감옥이 배경으로 나오는 폴 뉴먼의 영화로 <폭력 탈옥>을 먼저 떠올린다면, 그리고 뉴먼과 스포츠영화라면 <허슬러>와 <슬랩 샷>을 항상 먼저 떠올린다면, 당신은 그 앞에 <상처뿐인 영광>을 둬야 한다. 이 영화를 TV에서 본 게 언제인지 기억하진 못하겠으나, 마지막 카퍼레이드 장면의 감동은 지금까지 머릿속에 남아있다. 로버트 와이즈는 <짠 경기>(The Set Up, 1949)에 이어 또 하나의 걸작 권투영화를 만들어냈고, 화려한 동참자의 이름에는 어네스트 레만이 들어 있으며, 무명 시절의 스티브 맥퀸, 로버트 로지아의 이름도 발견된다. 주제가는 한국에서 더 사랑받았던 가수 페리 코모가 불렀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Cat on a Hot Tin Roof, 1958)

액터즈 스튜디오에서 메소드 연기를 배운 폴 뉴먼은 말론 브랜도와 함께 테네시 윌리엄즈 영화에 첫 번째로 어울리는 배우였다. 뉴먼은 전직 미식축구 선수 역할을 맡아 당시 최고로 아름다운 여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짝을 이뤘다. 미국 남부의 후덥지근한 기후와 가족 구성원 간의 팽팽한 긴장 아래, 두 연기자의 연기가 은밀한 불꽃을 튀긴다. 뉴먼은 이 영화로 처음 아카데미 연기자상 후보에 올랐다.



<허슬러> (The Hustler, 1961)

한 남자배우의 풋풋한 미소와 건방진 태도와 감전시킬 듯한 매력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데 <허슬러>만한 영화가 있을까. 겁 없는 허슬러 역을 맡은 뉴먼과 내기 당구의 전설인 ‘미네소타 팻’ 역으로 분한 재키 글리슨은 영화사에서 빛나는 명승부 장면을 연출했다. 승부의 세계에 발을 담근 남자, 그러니까 세상에서 투쟁하는 모든 성인 남자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어야 할 영화다.


<귀여운 어린 새> (Sweet Bird of Youth, 1962)

나는 왜 <귀여운 어린 새>와 <선셋 대로>를 같은 통에 넣고 싶은지 모르겠다. 뉴먼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 이어 리처드 브룩스가 연출한 테네시 윌리엄즈의 원작 영화에 다시 출연했고, <귀여운 어린 새>는 뉴먼의 섹시함이 특출하게 돋보인 영화로 남았다. 할리우드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꿈을 접은 챈스 웨인은 한물 간 여배우를 동반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곳엔 그의 옛 연인과 지역의 권력자이자 그를 싫어하는 그녀의 아버지가 있다. 전형적인 윌리엄즈 스타일인 영화는 예고된 파국을 향한다.



<허드> (Hud, 1963)

마틴 리트가 연출한 <허드>는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여명기에 위치한 작품이며, 종종 폴 뉴먼의 출연작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곤 한다. 영화의 주제와 분위기 - 아버지 세대와의 충돌, 문명사회를 낯설게 대하기, 소외된 현대인의 쓸쓸한 정서 - 는 <허드>를 시대를 앞서 나간 영화로 평가하게 만들며, 뉴먼의 캐릭터인 외로운 서부남자에게선 새로운 웨스턴의 흐름이 읽히기도 한다.



<폭력 탈옥> (Cool Hand Luke, 1967)

<폭력 탈옥>은 폴 뉴먼의 연기력이 폭발한 영화다. 배우가 일생에 몇 번만 만날 수 있는 영화란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일 게다. 교도소의 폭압적인 권위에 도전하고 끊임없이 도주를 시도하는 루크 역을 맡은 뉴먼은 필생의 열연을 펼친다. 마흔을 넘긴 뉴먼이 <폭력 탈옥>에서 보여준 연기는 너무나 젊고 도전적인 것이어서,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대표 배우들 -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레드포드 등이 그의 연기를 전범으로 삼지 않았을까 싶다. <쇼생크 탈출>를 탈옥 영화의 고전으로 아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픈 한 편.



<옴브레> (Hombre, 1967)

우리에게 도회적 이미지로 낯익은 폴 뉴먼은 많은 수의 웨스턴에도 출연한 바 있다.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 외에, <허드>, 아서 펜의 <왼손잡이 건맨>, 마틴 리트의 <아웃레이지>, 스튜어트 로젠버그의 <포켓 머니>, 존 휴스턴의 <법과 질서>, 로버트 알트만의 <버팔로 빌과 인디언들> 등이 그것이다. 그 면면에서 보듯 수정주의 웨스턴의 장인들과 한편씩 작업을 거친 셈. 마틴 리트의 <옴브레>는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아파치 부족에 의해 키워진 백인 남자가 백인 사회와 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아서 펜의 <작은 거인>과, 일군의 백인이 역마차로 이동하는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점에서 존 포드의 고전 <역마차>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작품이다. 내가 본 폴 뉴먼의 영화 중에서 그가 가장 과묵하게 나오는 것이기도.



<내일을 향해 쏴라>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

설명하면 입만 아픈 영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면이 있을 텐데, 나는 B. J. 토마스의 <빗방울은 머리 위로 떨어지고>가 흐를 동안 폴 뉴먼과 캐서린 로스가 자전거를 타는 부분을 사랑한다. 로버트 레드포드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스팅> (The Sting, 1973)

이것도 설명하기가 쑥스러운 작품이다. 뉴먼은 데뷔 이후 작품의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출연작이 아카데미의 다수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나, 이상하게도 그들 작품들의 주요부문의 수상 운은 없었다(본인의 연기상을 물론 포함해). 그런 점에서 <스팅>은 그간의 불운을 확 걷어낸 작품이다. <스팅>은 1973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외에도 6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요즘 영화는 반전에 목숨을 거는 수가 많은데, 그런 영화들 가운데 <스팅>의 완성도를 넘어서는 건 드물다. 어떻게 하면 관객이 놀랠지 고민하는 찌질이들과 달리, <스팅>의 반전은 넉넉하고 지혜롭다. 거기엔 놀라움과 행복함이 함께한다. 어릴 때 본 어른들의 영화는 거의 재미와 거리가 멀었다. <스팅>은 소년인 내가 재미를 느낀 첫 성인용 영화였다.



<컬러 오브 머니> (The Color of Money, 1986)

폴 뉴먼은 <허슬러>의 후속편 격인 <컬러 오브 머니>로 돌아온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빠른’ 에디 펠슨이지만, 이제 그는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지혜로운 남자를 연기한다. 펠슨은 과거의 자신이 연상되는 젊은이를 만나면서 열정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뉴먼의 상대역으로 나온 톰 크루즈는 젊은 시절의 뉴먼을 닮았다. 정격 연기를 마스터한 뉴먼과 아이돌 출신의 크루즈를 직접 비교하는 게 이상하다고? 아니다. 내게 있어, 두 배우의 깎아놓은 듯한 외모와 늙은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태도 그리고 연기에 대한 헌신은 비교 대상이다. <컬러 오브 머니>에서 뉴먼은 크루즈에게 당구와 승부만이 아니라 연기와 인생에 대해서도 한 수 가르치는 모습이다. <컬러 오브 머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7전 8기의 기록을 세운 뉴먼은 크루즈에게 하나 더 알려주고 싶었을 것 같다. ‘오십 이전에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낙심하지 말라고, 아카데미의 추한 늙은이들은 우리처럼 잘 생긴 남자들을 질투하기 마련이라고’ <컬러 오브 머니>를 스카라 극장에서 볼 때만 해도 나는 뉴먼의 연기가 그리 대단한 줄 몰랐다. 다시 본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영화뿐 아니라 어떤 연기는 나이가 들어서야 제대로 볼 수 있다. (ibuti)


이전 글
2007/11/03 - [Film: HomeVideo] - 내일을 향해 쏴라 (조지 로이 힐, 1969)




TRACKBACK :: http://cinema5.tistory.com/trackback/990 관련글 쓰기

글이 어땠나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1. BlogIcon 오공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티브 맥퀸과 연기 대결을 펼친 <타워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폴 뉴먼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줬다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오랜만에 올리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2008/10/05 16:39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타워링>은 막내 누이와 극장에서 봤습니다. 저는 <타워링>에서 제니퍼 존스의 죽음이 너무 마음 아파서, 다른 배우들의 인상은 그리 깊지 못했어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다 어마어마한 인물이었음을 알게 된 건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글은 계속 쓰는데, 여기 올리는 데 오히려 게을렀던 듯.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세요.

      2008/10/05 17:17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8/10/06 16:50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을 쓰다보면 꼭 이런 실수를 하게 되네요. 매번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바로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요... 건강하세요.

      2008/10/06 20:32
  3. a huge fan of pau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색하다 들르게 되었는데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폴의 팬인데.. 저에겐 [cool hand luke ] 가 폴의 영화중 최고였던것 같네요, 그가 왜 [paul newman ] 인지 보여준 영화였다고 생각하거든요. sweet bird of youth 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너무 보고 싶네요 ㅜㅡ

    2009/02/02 00:54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폴 뉴먼을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보통 huge라는 말까지는 안 쓰잖아요. 저도 폴 뉴먼과 그의 연기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9/02/02 06:48

1  ... 177 178 179 180 181 182 183 184 185  ... 1144 
Google
블로그 이미지 영화 좋아하나요?by ibuti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44)
Film: Comment (125)
Film: HomeVideo (451)
Film: Special Column (50)
Film: Garage (490)
Music Life (27)
Dear Diary (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