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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특별전>
스탠리 큐브릭을 스승으로 여긴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가 완성될 때마다 영화사가 아닌 큐브릭에게 필름을 보내 확인을 받았다. <풀 메탈 자켓>이 완성될 즈음, 스필버그는 큐브릭에게 영화를 볼 수 있는지 물어봤다. 큐브릭이 안 된다고 대답하자, 스필버그는 “내 영화를 매번 먼저 봐놓고 왜 당신 영화는 미리 보여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큐브릭의 대답은 간단했다. “나는 큐브릭이고, 당신은 스필버그니까” 스필버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황금기가 지나간 세상에서, 큐브릭은 옛날처럼 메이저 배급사의 권력을 활용한 유일한 감독이었다. <시계태엽 오렌지>을 만들면서 그는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런던 근교에 있는 저택에서 영화의 제작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수행해나갔으며, 심지어 영화의 홍보에까지 꼬치꼬치 관여했다. 지구상의 모든 감독들이 그를 부러워했던 만큼 그는 스스로 특별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큐브릭의 작품을 지탱했던 건 그의 자존심이 아니었나 싶다.
언론에 비친 큐브릭의 모습은 은둔자에 가까웠지만, 그는 영화를 위해 한시도 주변인과의 접촉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는 다방면의 예술인과 끊임없이 교제하며 그들의 지식을 빨아들였고, 새로운 기술이나 기계가 등장하면 재빨리 써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대중들이 원하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 봐두었다가, 다른 감독들이 만든 준수한 작품들을 가볍게 뛰어넘는 독보적인 작품을 발표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곤 했다. 큐브릭은 생전에 우디 앨런을 존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큐브릭은 매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앨런을 부러워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더딘 제작 스타일로 인해 45년의 활동 기간 중 일반인에게 남긴 작품은 12편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큐브릭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 그의 전설을 부추기기도 했다.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다 큐브릭에 관한 유별난 이야기 수백 개쯤 건지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그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접한 감흥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큐브릭이 감독 이전에 사진작가였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언제나 영화기술의 첨단을 탐했던 큐브릭은 알고 있는 모든 영화지식을 필름에 담아 영상 중심의 영화를 만들어낸 대가였다. 그러니까 큐브릭을 알 수 있는 가장 정확한 길은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이며, 큐브릭 영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스크린 위다.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스탠리 큐브릭 특별전이 열린다. 다섯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자리인데, 단언컨대 <킬링>, <로리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은 큐브릭의 영화 중 시각적 충격이 가장 두드러진 것들이다.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본 뒤 “영화평론가의 말치고는 너무 상투적이지만, 정말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게 어디 이버트뿐이겠는가, 비행장에서 휘날리는 2백만 달러(<킬링>)와 피터 셀러스의 의뭉한 춤(<로리타>)과 산과 도로 위를 울렁거리듯 날아가는 카메라(<샤이닝>)와 웬디 카를로스의 전자음악(<시계태엽 오렌지>)과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을 스크린으로 볼 때, 당신은 단순히 움직이는 사진을 보는 게 아니라 스크린 위에서만 가능한 가장 거대하고 흥분되는 경험과 만나게 될 것이다. 롤러코스터를 탄다 한들 그것보다 짜릿하진 못할 게다. (ibuti, 넥스트 플러스)
* 글을 쓸 당시에 <배리 린든>이 상영작에 포함된 것을 몰랐다(잡지에도 그대로 나오고 말았다). 그래서 <배리 린든>을 언급하지 못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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