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앳 더 웨딩> Margot at the Wedding
<키킹 앤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1990년대의 미국 영화계는 놀라운 신인들의 출현으로 시끌벅적했는데, 그 정글에 나타난 위트 스틸먼, 웨스 앤더슨 그리고 노아 바움바크는 연약한 동물 같았다. 당시의 빛났던 감독들이 대부분 희미하게 명멸하는 지금,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이 에릭 로메르, 에른스트 루비치, 장 르누아르의 이름으로 각각 평가한(그러니까 유럽영화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았던) 세 감독의 생명력이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은밀한 웃음과 우울한 위트 그리고 달콤한 상처’를 선보여온 세 사람 중 바움바크는 우리에게 뒤늦게 소개된 편이다. 스틸먼과 앤더슨의 작품들이 1990년대부터 비디오와 DVD로 꾸준히 소개되어 온 것과 달리, 바움바크는 2006년도 말에 <오징어와 고래>(2005)의 DVD로 우리에게 비로소 소개됐고, 이어 신작 <마고 앳 더 웨딩>의 DVD가 이번에 선보인다. 그의 데뷔작 <키킹 앤 스크리밍>(1995)의 국내 출시가 요원한 지금, 바움바크식 성장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미국에서 나온 DVD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혹시 1990년대 초에 새로운 세대를 호칭하는 말이었던 ‘X 세대’를 기억하는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슬래커>(1991)과 카메론 크로우의 <클럽 싱글즈>(1992)는 그 세대를 대표하는 이야기였는데,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캠퍼스 부근을 맴도는 친구들의 이야기인 <키킹 앤 스크리밍>은 다분히 두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졸업파티, 3개월 후, 가을 학기, 중간고사, 크리스마스 전 1개월, 기말시험’의 6개 단락으로 나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매일 들르는 클럽에서 오랜 습관인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시 대학으로 편입을 하거나, 대학가 주변의 여자 아이들과 사랑놀이를 하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이 보기에 그들은 게으르고 무례하며 무책임하다.
하지만 낯선 세상으로 나서기는 두렵고 진짜 어른으로 행세하기엔 준비가 덜 된 청춘들의 덧없는 푸념 - 현실과 대면할 시간을 언제까지나 유예할 순 없는 것이며, 행복한 시간은 왜 영원하지 않을까 - 을 누군들 늘어놓아보지 않았겠나. 빛나는 시기란 사라지기 마련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키킹 앤 스크리밍>은 안타까움과 두려움에 과거를 부여안으려는 마음들을 헤아릴 줄도 안다.
데뷔작 이후 바움바크는 줄곧 상처와 극복을 통한 인간의 변화를 큰 주제로 선택해왔는데, 결혼식을 계기로 재회한 자매를 중심으로 소소한 사건들의 결을 따라가는 <마고 앳 더 웨딩>은 바움바크식 성장의 기록의 현재형이다. 바움바크가 전작 <오징어와 고래>에 그와 부모의 과거를 거의 그대로 내비쳤듯이, <마고 앳 더 웨딩>의 주인공 마고는 소설 속에서 가족의 고통과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는 인물이다. 동생 폴린은 마고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보다 매번 이용하기만 하는 언니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영화는 두 자매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 간의 미세한 틈을 메우기보다 드러내고자 하는데, 이에 더해 (과거에 바움바크가 부모의 불화를 직접 목격했던 것처럼) 세상과 성에 눈뜰 무렵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관계를 바로 옆에서 관찰하도록 만든다. 새침데기 연기의 경지에 오른 니콜 키드먼, 바야흐로 연륜이 느껴지는 제니퍼 제이슨 리(그녀는 키드먼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면서 동생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코믹하지만 그럭저럭 드라마 연기에도 능숙한 잭 블랙의 조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며, 어느새 거장의 반열에 오른 해리스 사비데스의 촬영은 가장 아름다운 바움바크 영화를 만들어놓았다.
‘관계에 서툰 인물들과 그들을 옭아매는 가족과 맞서기 두려운 대상인 세상’을 변주해온 바움바크의 영화에서 아직까진 원숙한 인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어른들과 방치된 아이들이 재생산되는 한, 그런 인물일랑 아예 기대하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마음은 없는 바움바크는 <마고 앳 더 웨딩>의 대사 가운데 “가족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힘들다”라고 써놓았다. 나는 영화의 이야기가 먼 집안의 다툼인 양 애써 모른 척하다 그 말에 흠칫했다.
<마고 앳 더 웨딩>의 DVD는 감독과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의 대화(13분)를 수록했는데, 실제 부부사이인 두 사람이 영화, 배우, 관객,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예고편 두 개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편집이 잘 되었을 뿐 아니라, 본편에 없는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의 명곡 ‘Our House'를 들을 수 있다. (2008.6. 씨네21 659호, ibuti)
2007년 / 노아 바움바크 / 93분 / 1.8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파라마운트
< 화질 ★★★★ 음질 ★★★★ 부록 ★★ >
<키킹 앤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1995년 / 노아 바움바크 / 96분 / 1.8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영어 자막 / 크라이테리언(미국)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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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2 - [Film: HomeVideo] - 오징어와 고래 (노아 바움바크, 2005)
<마고 앳 더 웨딩> 사진
<키킹 앤 스크리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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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15:10정말 감사합니다. 어쩌다 저런 오타가...ㅠㅠ
2008/07/09 16:59마고 앳 더 웨딩 보고서 노아 바움바크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실감
2008/07/28 18:27네, 외모만 봐도 특이한 인물임을 알 수 있지요.
2008/07/28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