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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HomeVideo2008/08/04 23:28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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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Things We Lost in the Fire


유능하고 다정다감했던 남자 브라이언이 거리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 그는 한 노파의 아들이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남자에겐 둘도 없는 친구였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그의 죽음으로 각각 남편과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오드리와 제리의 이야기다. 오드리는 제리가 원망스럽다. 브라이언이 제리의 생일을 챙기고 돌아오던 밤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당신이 대신 죽었어야죠.”라고 말할 때에도 제리는 말을 잇지 못한다. 허물기 힘든 장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오드리는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는 제리를 끝까지 신뢰했던 남편을 기억한다. 그리고 제리에게 차고의 별채로 들어와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한때 변호사였으나 지금은 마약중독자 신세인 제리는 그렇게 새로운 삶의 빛을 부여안는다. 여기서부터 만약 두 사람의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다른 영화를 찾아볼 일이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사람을 잃어버린 뒤 외로운 존재로 남겨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제리에게서 남편의 흔적을 더듬던 오드리는 보호막을 걷어내고 자신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깨달으며, ‘신의 키스’라는 헤로인을 탐닉하던 제리는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집에 불이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불에 탄 물건의 목록을 작성하며 그것들을 아쉬워한다. 영화는 그 목록에 적힌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것이 우리의 삶에 있음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한 마약중독자가 죽으면, 그의 곁에 있던 마약중독자는 마약을 끊게 된다고 한다. 한 남자의 죽음 끝에서 생의 의지를 회복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발 고통과 상처의 극점에 이르기 전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극중 주인공의 딸이 극장에서 보던 흑백영화는 <선셋대로>다. 그러게, 파멸과 죽음은 스타들의 몫이다. 보통사람들에겐 희망과 생명이 더 어울린다. 감독 수잔 비에르는 연출에 앞서 “물론 세상은 잔인하다. 그러나 희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소박하면서도 깊은 감동은 그녀가 희망을 쉬운 이야깃거리로 다룬 게 아님을 증명한다.

수잔 비에르는 <오픈 하트>와 <브라더스>(한국판 DVD가 출시되어 있다) 등의 영화로 구미 예술영화 팬들의 지지를 얻어낸 덴마크 출신 감독이다. 그녀의 첫 번째 영어권 영화를 위해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등이 발 벗고 나선 데서 보듯, 향후 행보를 주목할 만한 감독이다.

주연을 맡은 할리 베리와 베니치오 델 토로는 뛰어난 스타일과 성적 매력과는 반대로 상처 입은 평범한 사람으로 분할 때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는 주제와 분위기 면에서 두 배우의 대표작 <몬스터 볼>과 <21그램>의 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베리와 델 토로의 아름다운 연기가 아니었다면 영화의 존재감은 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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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의 유다른 점은 다양하고 잦은 클로즈업의 사용이다. 인물의 내면을 풍경화처럼 보여주고 싶다는 감독의 의도를 따른 것으로서, DVD의 섬세한 표현은 눈가의 주름과 음영 하나하나를 인상 깊게 드러낸다.
 
‘영화에 관한 토론’(21분)은 감독, 제작자, 스탭, 배우들이 나와 주제부터 연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이며, 7개의 삭제장면(10분)과 예고편은 영화의 여백을 잔잔하게 채운다. (ibuti, 2008.8. 씨네21 665호)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Things We Lost in the Fire

2007년 / 수잔 비에르 / 118분 / 2.3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파라마운트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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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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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장례식을 찾은 제리(베니치오 델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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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죽은 자를 이야기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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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 브라이언 역할은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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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에 시달리는 오드리는 남편이 곁에 있던 시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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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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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과거를 불러내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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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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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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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HomeVideo2008/08/04 02:5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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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가라, 아이야, 가라>는 <미스틱 리버>의 데니스 르헤인이 쓴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누가 소녀를 죽였는지 파헤치는 <미스틱 리버>와 누가 소녀를 납치했는지 밝히는 <가라, 아이야, 가라>는 보스턴의 우울한 현대사(물론 허구다)와 사회 분위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두 작품은 범인의 검거과정을 다룬 범죄스릴러라기보다 ‘왜’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회물의 성격이 더 강하다.

진실의 눈이 먼 주인공은 사건의 한가운데서 범인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헛되이 주변부를 두드리다 마침내 중심으로 복귀한다. 그 즈음, 우리는 범인이 아닌 우리 자신의 모습, 사회의 실체, 범죄의 기원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금발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4살 소녀가 집에서 사라진다. 경찰과 언론의 집중 수사와 보도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소녀의 숙모와 삼촌은 사립탐정인 켄지와 제나로(연인이자 동료인 두 사람은 르헤인 추리소설의 단골 주인공이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딸의 행방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철부지 엄마를 만난 두 사람은 마약과 술에 절어 사는 그녀의 주변에서 경찰이 놓친 사실들을 주워듣는다.

결국 유괴는 마약과 돈에 대한 욕망이 초래한 범죄로, 소녀는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면서 영화의 전반부가 끝나버린다. 당황스럽다. 가난과 술과 마약과 로또에 저당 잡힌 하층민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러한 범죄는 계속될 거란 이야기인가? 영화의 전반부가 사건의 기록이었다면 후반부는 인물의 탐구다. 다시 소년 유괴사건에 엮인 켄지는 담당 형사와의 대화 도중 일단락된 이전 사건의 숨겨진 비밀을 눈치 채고, 그 사건의 배후에 뜻밖의 인물들이 개입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가라, 아이야, 가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층민뿐 아니라 사회도덕의 기반을 형성하는 집단과 최선의 행동을 도모했던 사람들까지 싸잡아 불러 모은 뒤 ‘당신의 선택에 대해 숙고해보라’고 주문한다. 극중 대사에 의하면, 사람에겐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들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결과가 사회의 모습이며,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무섭다.

그런 관점에서 영화가 미국사회를 놓고 내린 결론은 비관에 가깝다. 원작자인 르헤인이 인터뷰에서 ‘해답의 부재와 구성원의 무력감’을 언급한 건 그런 정서를 반영한다. 사람이 살면서 겪어선 안 될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닌 것이다.
 
<가라, 아이야, 가라>는 배우로 유명한 벤 애플렉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는 연출력을 배우고 싶은 선배 감독으로 올리버 스톤을 꼽고 있지만, 유괴사건의 해결과정을 호들갑스럽게 다룬 싸구려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 영화의 진중함은 <미스틱 리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떠올리게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단호한 방식으로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는데다, 곳곳에 정직하게 비밀들을 심어놓으며 반전에 연연하지 않았고, 원작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가 모두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를 보스턴에서 보낸 덕분에 영화의 사실성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개봉되지 못하고 홈비디오로 직행하기엔 적잖이 아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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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소리가 평균적인 수준에 머무른 DVD는 음성해설, 두 개의 특별영상, 삭제장면(17분)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공동으로 각본을 쓴 애론 스토커드와 밴 에플렉이 진행하는 음성해설은 촬영 도중에 벌어진 일들, 장면 설명, 원작과 각본의 관계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특별히 들을 만한 건 없다.

‘영화의 뒷이야기’(7분)에선 감독과 원작자가 영화와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애플렉은 항상 감독을 꿈꿔왔으며 애초엔 이번 영화에 출연할 마음도 있었음을 밝힌다(그러다 연출에 주력하기 위해 관뒀단다). ‘캐스팅’(9분)은 감독의 동생인 케이시 애플렉, 에드 해리스, 모건 프리먼 등의 주연배우와 거리에서 뽑은 비전문배우들의 앙상블에 대한 예찬이다. (ibuti, 2008.7. 씨네21 664호)

<가라, 아이야, 가라> Gone Baby Gone

2007년 / 벤 애플렉 / 114분 / 1.8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월트디즈니스튜디오 홈엔터테인먼트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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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죽음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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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너를 어쩌면 좋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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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벤 애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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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데니스 르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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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HomeVideo2008/07/29 01:20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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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브라보> Rio Bravo



   웨스턴의 전설을 완성한 사람은 존 포드다. 그러나 서부영화 장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한 감독은 하워드 혹스다. 포드가 서부 사나이의 심리적 궤적을 따라가며 거대한 연대기를 마감하는 동안, 혹스는 액션드라마를 변주하는 쪽을 선택했다.

   서부의 공간에 영혼을 바친 포드의 서부영화는 종종 쓰라림을 동반한다. 그의 서부영화가 거둔 성공은 장르영화가 동시대 관객과 호흡한 결과라기보다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혹스의 서부영화는 편하고 재미있다(존 카펜터는 DVD의 음성해설에서 “할리우드가 할리우드다운 영화를 제대로 만들면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나온다”라고 했다. 바로 혹스의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거기엔 관객이 원하는 속 시원한 싸움이 있고, 아기자기한 인간관계가 있고, 통쾌한 결말이 있다.

   <레드 리버> 이후 10년, 혹스는 포드에게서 존 웨인을 다시 데려와 서부영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서부영화 대백과’에서 ‘선과 악의 대결을 거의 완벽하게 다룬 예’라고 평가받은 <리오 브라보>는 뛰어난 상업영화인 동시에 혹스의 개인적인 신념이 담긴 작품이다.

   혹스와 웨인은 둘 다 1950년대 서부영화의 대표작 <하이 눈>과 <유마행 3시 10분 열차>의 노선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영화의 보안관이 비굴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자존심과 전문성을 갖춘 영웅을 내세워 변화하는 서부영화들에 답했다. 그리고 <엘도라도>(1967)와 <리오 로보>(1970)에서 세 남자와 악당의 대결구조를 재연하며 ‘혹스 삼부작’을 만들어냈다(하지만 혹스는 변주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악당이 살인을 저지른다. 보안관은 악당을 감옥에 가두고 연방 보안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악덕 농장주인 악당의 형은 수십 명의 총잡이를 고용해 보안관을 위협하건만, 보안관 곁에는 다리를 저는 늙은이와 술주정뱅이 부관 둘 뿐이다. 그들에게 어린 카우보이와 떠돌이 무용수가 가세한다.

   영웅은 영웅답고, 악당은 악당다우며, 여자는 어떤 서부영화의 여자보다 매력적이다. 게다가 무뚝뚝하던 웨인이 혹스와 만날 때면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데다, 디미트리 티옴킨의 음악이 이리도 낭만적이니 서부영화에서 뭘 더 바랄까 싶다. 윌리엄 포크너와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친했고, 그들에게서 각본을 받은 적도 있는 혹스답게 영화의 대사 연출 또한 수준급이다. 만약 서부영화라고 해서 서툰 대사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혹시 <리오 브라보>가 심심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10년 뒤에 다시 보길 바란다. 그러면 10년 전에 얼마나 잘못 판단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특별판으로 선보이는 <리오 브라보> DVD의 영상은 색감 표현이 탁월해 (한국에선 나오지 않은) 기존판의 묽은 톤과 비교된다. 워너 사는 서부영화의 걸작들을 특별판으로 재발매하면서 붉은 색 톤을 기조로 색감을 훨씬 풍성하게 표현하는 노선을 택했다. 그 결과, 존 포드의 <수색자>의 특별판이 발매되었을 때, 일부에서 워너의 노선에 대해 반박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50년 전 극장에서의 색감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전문가가 만들어낸 DVD의 화질을 믿어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리오 브라보>의 경우, 묽었던 기존판보다 풍부한 색감을 자랑하는 이번 특별판이 옛 영화의 기억에 더 어울리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리오 브라보>를 최고의 서부영화로 꼽는 감독 존 카펜터(그의 1976년 작품 <분노의 13번가>는 <리오 브라보>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에 있다)와, 할리우드 역사를 꿰뚫고 있는 영화평론가 리처드 쉬켈의 음성해설은 기대했던 바와 많이 다르다. 카펜터의 말수가 적어 쉬켈이 대부분의 음성해설을 진행하는데, 그나마 잡다한 사실들을 쭉 늘어놓기보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중요한 사실들을 툭툭 던지는 식이다.

   쉬켈은 혹스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이다. 옛 친구의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흥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영화에 빠져 말이 없다가 간혹 웃음으로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 거슬리지만은 않다. 쉬켈은 두 번째 디스크에 실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남자: 하워드 혹스’(55분)를 연출하기도 했다. 쉬켈이 말년의 혹스와 나눈 인터뷰에 곁들여, 혹스가 코미디, 갱스터, 전쟁영화, 웨스턴, 누아르 등 전 장르에 걸쳐 만든 걸작들의 클립을 훑어보는 맛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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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투손’(9분)은 60여년에 걸쳐 수백 편의 서부영화가 촬영된 곳인 ‘올드 투손 스튜디오’를 소개하는 코너다.

   ‘<리오 브라보>를 기념하며’(33분)는 감독, 평론가, 배우들의 목소리를 빌려 영화에 대한 평가,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인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혹스가 그립다. 사나이다운 시기를 잘 그렸다”라고 회상한다. 쉬켈이 말한 대로 혹스를 이을 감독이 없는 지금, 혹스에 대한 그리움이 비단 보그다노비치의 것만은 아닐 게다.
(ibuti, 2007.6. 씨네21 609호)

<리오 브라보: 특별판> Rio Bravo (Special Edition)

1959년 / 하워드 혹스 / 141분 / 1.78:1 아나모픽 / DD 1.0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워너브라더스(2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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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과 앤지 디킨슨의 극중 관계는 혹스의 전작 <소유와 무소유>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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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우정은 말이 없어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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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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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혹스의 말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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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브라보>의 제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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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HomeVideo2008/07/28 12:2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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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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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더 이상 새로운 전쟁영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 때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블랙 호크 다운>이 나왔다. 두 영화는 전쟁영화를 미적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 영화의 스펙터클이 거대해지고 오감을 만족시킬수록 전쟁은 초현실적인 대상으로 바뀌었고, 뛰어난 영상미에 탄성이라도 지를라치면 괜히 죄의식을 느껴야 했다.

   <아버지의 깃발>에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일부 장면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CG를 입힌 영상은 60년 전에 만들어진 <이오지마의 모래 언덕>(앨런 듀언, 1949)의 전투 장면보다 날것의 느낌이 오히려 덜한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전투 장면을 통해 뭉클함을 얻고 싶은 사람에겐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감동은 타자의 전투를 바라보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참전 병사의 시선으로 전쟁을 대할 때 전해진다(촬영감독 톰 스턴은 “크레인을 사용한 객관적 쇼트보다 개인의 시점에서 주관적 쇼트를 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오지마의 모래 언덕> 같은 낭만적인 영웅담(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각색을 맡은 폴 해기스에게 존 웨인 스타일은 싫다고 미리 말해뒀다)은 물론, 그와 반대로 극렬한 반전영화인 <들불>(이치가와 곤, 1959)의 자연주의적인 묘사와도 거리를 두면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렇게 사실성을 획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개봉되지 못했다. 그것이 비상업성 때문인지 한국인의 상처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우리는 스크린에서 두 영화를 동시에 감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버지의 깃발>이 이오지마의 수리바치산에 깃발을 꽂은 미군 병사의 이야기라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 산에서 밀려나 섬의 북쪽으로 몸을 피해야 했던 일본군 병사의 이야기다. 그들의 고통과 기억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만나는지 비교 체험할 기회는 이제 DVD의 차례로 넘어왔다. 당연히 이들 DVD가 유달리 반가울 수밖에 없다(다만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별도로 출시돼지 않고, 소장판으로 선보이는 박스판에만 들어있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둘 다 우수하지만, 푸른색 톤을 잘 살려낸 <아버지의 깃발>의 영상이 어두운 장면이 많고 노란색을 기조로 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것보다 좋아 보인다. 대개의 거장들이 자기 영화에 대해 주절주절 말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특히 현장에서조차 말이 적은 이스트우드에게서 간략한 영화소개(5분) 외에 별다른 음성해설을 기대하진 말자.


   각각 ‘서사극의 제작’(30분)과 ‘붉은 태양, 검은 모래(오리지널 각본의 제목이기도 하다,
21분)’라 이름 붙여진 메이킹 필름은 제작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연기자에게서 진실함을 추구한다는 이스트우드가 스스로도 신의를 지키는 인물임을 스탭들의 말을 빌려 알 수 있다. 이스트우드는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그와 오랫동안 일한 미술 책임자 헨리 범스테드와 캐스팅 담당 필리스 허프만는 두 영화를 유작으로 남기고 죽었는데, “이스트우드가 아니라면 아흔 살의 나이에 이렇게 일하지 않았을 거다. 매순간이 만족스러웠다”는 범스테드의 말에 감독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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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깃발>의 부록 -  원작과 각색(17분), 여섯 명의 용감한 사나이(20분), 깃발을 세우며(3분), 시각효과(15분), 과거를 돌아보다(10분) - 이 이오지마 전투와 수리바치산에 깃발을 세운 여섯 병사를 주로 다룬 반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부록 -  배우에 관해(19분), 스틸 모음(4분), 일본에서 가진 월드 프리미어 현장(16분)과 기자회견(25분) - 은 이스트우드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영화를 찍는 건 흥미로운 도전이었다.”라고 언급한, 특이했던 제작 환경을 돌아본다.

   이스트우드는 영화소개에서 “나는 이야기를 할 뿐,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라고 밝혔다. 두 영화에 대한 비평을 읽거나, DVD의 부록을 보기에 앞서, 두 편 영화를 나란히 감상할 것을 권하는 바다. 그러니까 미국판 박스세트에 들어있는 다큐멘터리 두 편이 판권 때문에 한국판에는 실리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 개의치 말기를.
(ibuti, 2007.6. 씨네21 608호)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2006년 / 클린트 이스트우드 / 132분, 141분 / 2.35:1 아나모픽 / DD 5.1 영어(<아버지의 깃발>), 일본어(<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한글 자막(영어 자막은 <아버지의 깃발>에만 지원) / 워너(4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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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해변에 홀로 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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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금 마련을 위해 동원된 세 병사의 실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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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촬영본과 시각효과 작업 후의 영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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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곽과 이오지마 민가 장면에는 같은 세트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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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켄과 그가 연기한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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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t.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오지마....는 보기 좀 고통스러울까봐 아직 플레이어에 못걸고 있네요.....;;;

    2008/07/28 21:26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놓칠 수야...;;;

      바라보다님, DVD를 꼭 플레이어에 거시길 바랍니다.^^

      2008/07/28 22:18

Film: HomeVideo2008/07/28 00:41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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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DVD 커버가 황홀하게 예뻐서 혹시 향수를 뿌렸나 싶어 코를 대봤다. 그러나 냄새가 날 리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영화 <향수>에서 향이 나올 까닭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다 향을 맡은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가 흡사 후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향수>는 향에 영혼을 판 천재의 탄생, 성공과 실패 그리고 소멸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전 읽은 기억으론, 소설 <향수>는 분명 스릴러나 블랙코미디 영화를 위한 소재였다. 그런데 영화로 다시 만난 <향수>는 사라진 천재의 시대를 아쉬워하는 연대기로 읽힌다.

18세 중엽의 프랑스에서 전개되던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기 전, 한 남자가 살점 하나 남김없이 뜯어 먹힌 흔적 위로 보통 사람들이 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평등과 복제와 산업이 지배자로 행세하는 시대엔 천부적인 재능과 순결한 영혼은 곧 고독과 외톨이를 의미한다. 하늘마저 시기한 그들은 도태와 멸종의 삶을 선택해야만 했고, 우리는 진정한 천재가 부재하는 심심한 시간을 살게 됐다.

몇 년 전, <향수>의 주요 배경인 프랑스의 산악 마을 ‘그라스’에 간 적이 있다. 향의 명인들이 지켜온 향수의 도시는 지금도 향수의 본고장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내 눈엔 한적하고 아름다운 관광지 이상이 아니었다. 어딘가 맥 빠진 도시는 바로 우리 시대의 모습이었다.


   DVD의 영상에 대해 잘라 말하긴 힘들다. 어둡고 야만적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향수>의 필름 영상은 말끔하고 선명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를 스크린으로 먼저 보았다면 DVD의 영상에 대해 (어두운 부분에서 푸른색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현상을 빼면)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겠으나, DVD로 <향수>를 처음 접할 경우엔 다소 낯선 경험일 수도 있겠다.

   특별판으로 제작된 <향수> DVD는 본편 음성해설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두 번째 디스크에 150분이 넘는 다양한 부록들을 수록했다. 그 중 메이킹 필름(53분)에선 유럽산 대중영화를 만들었다는 제작진의 자부심이 물씬 풍겨난다.

   빔 벤더스의 <그릇된 동작> 이후 6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해온 번드 아이킨커가 소설 <향수>를 접한 다음 20년 가까이 영화화에 쏟은 각별한 노력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15년 넘게 판권 거래를 거절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그는 1990년대 말에 쓴 <로시니>의 시나리오 안에 ‘나는 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집어넣을 정도였다.)와 줄다리기를 벌인 사연, 미국 자본의 도움 없이 영화를 만들게 해준 축구단 구단주와의 인연, 18세기 배경의 시대극을 제작하느라 수많은 제작진이 기울인 정성, 500 미터 근방만 가도 악취가 진동했다는 끔찍한 촬영 장소, 톰 티크베어 감독이 런던의 연극 무대에서 <햄릿>을 공연 중이던 벤 위쇼를 발견하게 된 과정, 피날레의 군중 장면을 위해 스페인 극단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단원들이 진흙을 바르고 임한 이색적인 연습,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이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광경 등이 꼼꼼하게 담겨 메이킹 필름의 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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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제작자, 감독, 배우들과의 인터뷰(42분),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간 로케이션 헌팅(11분), 냄새의 시각화 작업(13분), 촬영에 쓰인 독특한 기법들(11분), 수백 가지에 이르는 음원의 믹싱(10분) 같은 부록들도 메이킹 필름과 연결해 볼 만하다.

그 외에 ‘독일어 더빙 현장’이란 부록(10분)은 한국판 DVD 속에 놓기엔 좀 생뚱맞긴 하지만, 그 내용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없지 않다. 우두커니 서서 목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현실감을 살리고자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성우들과, 더빙하는 스튜디오까지 찾아와 성우들의 음성 연기를 일일이 지도하는 감독의 얼굴에서 예상 밖의 현장을 찾게 된다. (ibuti, 2007.6. 씨네21 607호)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 / 톰 티크베어 / 147분 / 2.32:1 아나모픽 / DD, DTS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태원엔터테인먼트(2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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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위해 영혼을 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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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의 효과를 내기 위해 동원된 800 명의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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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탄생의 주역들.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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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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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연기를 마다하지 않은 연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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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회화적으로 접근하게 만든 100여 장의 드로잉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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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t.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가 워낙 거시기해서....부록은 펼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네요.. -_-;;;

    2008/07/28 21:28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작과는 느낌이 너무 달라서 처음엔 저도 좀 난감했습니다.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도 편히 볼 만한 건 아니였고요. 다시 볼 것 같진 않아요.

      2008/07/28 22:21

Film: HomeVideo2008/07/09 10:23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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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앳 더 웨딩> Margot at the Wedding
<키킹 앤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1990년대의 미국 영화계는 놀라운 신인들의 출현으로 시끌벅적했는데, 그 정글에 나타난 위트 스틸먼, 웨스 앤더슨 그리고 노아 바움바크는 연약한 동물 같았다. 당시의 빛났던 감독들이 대부분 희미하게 명멸하는 지금,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이 에릭 로메르, 에른스트 루비치, 장 르누아르의 이름으로 각각 평가한(그러니까 유럽영화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았던) 세 감독의 생명력이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은밀한 웃음과 우울한 위트 그리고 달콤한 상처’를 선보여온 세 사람 중 바움바크는 우리에게 뒤늦게 소개된 편이다. 스틸먼과 앤더슨의 작품들이 1990년대부터 비디오와 DVD로 꾸준히 소개되어 온 것과 달리, 바움바크는 2006년도 말에 <오징어와 고래>(2005)의 DVD로 우리에게 비로소 소개됐고, 이어 신작 <마고 앳 더 웨딩>의 DVD가 이번에 선보인다. 그의 데뷔작 <키킹 앤 스크리밍>(1995)의 국내 출시가 요원한 지금, 바움바크식 성장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미국에서 나온 DVD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혹시 1990년대 초에 새로운 세대를 호칭하는 말이었던 ‘X 세대’를 기억하는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슬래커>(1991)과 카메론 크로우의 <클럽 싱글즈>(1992)는 그 세대를 대표하는 이야기였는데,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캠퍼스 부근을 맴도는 친구들의 이야기인 <키킹 앤 스크리밍>은 다분히 두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졸업파티, 3개월 후, 가을 학기, 중간고사, 크리스마스 전 1개월, 기말시험’의 6개 단락으로 나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매일 들르는 클럽에서 오랜 습관인 게임을 하거나,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시 대학으로 편입을 하거나, 대학가 주변의 여자 아이들과 사랑놀이를 하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이 보기에 그들은 게으르고 무례하며 무책임하다.

하지만 낯선 세상으로 나서기는 두렵고 진짜 어른으로 행세하기엔 준비가 덜 된 청춘들의 덧없는 푸념 - 현실과 대면할 시간을 언제까지나 유예할 순 없는 것이며, 행복한 시간은 왜 영원하지 않을까 - 을 누군들 늘어놓아보지 않았겠나. 빛나는 시기란 사라지기 마련이고 지혜로운 선택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키킹 앤 스크리밍>은 안타까움과 두려움에 과거를 부여안으려는 마음들을 헤아릴 줄도 안다.

데뷔작 이후 바움바크는 줄곧 상처와 극복을 통한 인간의 변화를 큰 주제로 선택해왔는데, 결혼식을 계기로 재회한 자매를 중심으로 소소한 사건들의 결을 따라가는 <마고 앳 더 웨딩>은 바움바크식 성장의 기록의 현재형이다. 바움바크가 전작 <오징어와 고래>에 그와 부모의 과거를 거의 그대로 내비쳤듯이, <마고 앳 더 웨딩>의 주인공 마고는 소설 속에서 가족의 고통과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파헤치는 인물이다. 동생 폴린은 마고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보다 매번 이용하기만 하는 언니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다.

영화는 두 자매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 간의 미세한 틈을 메우기보다 드러내고자 하는데, 이에 더해 (과거에 바움바크가 부모의 불화를 직접 목격했던 것처럼) 세상과 성에 눈뜰 무렵의 아이들이 어른들의 관계를 바로 옆에서 관찰하도록 만든다. 새침데기 연기의 경지에 오른 니콜 키드먼, 바야흐로 연륜이 느껴지는 제니퍼 제이슨 리(그녀는 키드먼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면서 동생 역할을 맡았다), 여전히 코믹하지만 그럭저럭 드라마 연기에도 능숙한 잭 블랙의 조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며, 어느새 거장의 반열에 오른 해리스 사비데스의 촬영은 가장 아름다운 바움바크 영화를 만들어놓았다.

‘관계에 서툰 인물들과 그들을 옭아매는 가족과 맞서기 두려운 대상인 세상’을 변주해온 바움바크의 영화에서 아직까진 원숙한 인간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어른들과 방치된 아이들이 재생산되는 한, 그런 인물일랑 아예 기대하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마음은 없는 바움바크는 <마고 앳 더 웨딩>의 대사 가운데 “가족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힘들다”라고 써놓았다. 나는 영화의 이야기가 먼 집안의 다툼인 양 애써 모른 척하다 그 말에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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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킹 앤 스크리밍>의 DVD는 크라이테리언의 출시작답게 10여년 지난 저예산영화의 부록을 용케 끌어 모았다. 3개의 삭제장면(10분), 개봉 당시 인터뷰(9분), <키킹 앤 스크리밍>의 두 주연배우 카를로스 제이콧, 존 레르와 다시 만든 단편영화 <콘래드와 버틀러>(30분) 외에 감독 및 배우와의 새로운 인터뷰(12분, 26분)를 제공한다.

<마고 앳 더 웨딩>의 DVD는 감독과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의 대화(13분)를 수록했는데, 실제 부부사이인 두 사람이 영화, 배우, 관객,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예고편 두 개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 편집이 잘 되었을 뿐 아니라, 본편에 없는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의 명곡 ‘Our House'를 들을 수 있다. (2008.6. 씨네21 659호,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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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앳 더 웨딩> Margot at the Wedding

2007년 / 노아 바움바크 / 93분 / 1.8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파라마운트


< 화질 ★★★★  음질 ★★★★  부록 ★★ >



<키킹 앤 스크리밍> Kicking and Screaming


1995년 / 노아 바움바크 / 96분 / 1.85:1 아나모픽 / DD 5.1 영어 / 영어 자막 / 크라이테리언(미국)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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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2 - [Film: HomeVideo] - 오징어와 고래 (노아 바움바크, 2005)


<마고 앳 더 웨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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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바움바크 감독과 촬영감독 해리스 사비데스


<키킹 앤 스크리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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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주연배우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바움바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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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콘래드 앤 버틀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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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 입니다

    2008/07/09 15:10
  2. a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고 앳 더 웨딩 보고서 노아 바움바크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실감

    2008/07/28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