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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HomeVideo2008/07/29 01:20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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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브라보> Rio Bravo



   웨스턴의 전설을 완성한 사람은 존 포드다. 그러나 서부영화 장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한 감독은 하워드 혹스다. 포드가 서부 사나이의 심리적 궤적을 따라가며 거대한 연대기를 마감하는 동안, 혹스는 액션드라마를 변주하는 쪽을 선택했다.

   서부의 공간에 영혼을 바친 포드의 서부영화는 종종 쓰라림을 동반한다. 그의 서부영화가 거둔 성공은 장르영화가 동시대 관객과 호흡한 결과라기보다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반면 혹스의 서부영화는 편하고 재미있다(존 카펜터는 DVD의 음성해설에서 “할리우드가 할리우드다운 영화를 제대로 만들면 아주 재미있는 영화가 나온다”라고 했다. 바로 혹스의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거기엔 관객이 원하는 속 시원한 싸움이 있고, 아기자기한 인간관계가 있고, 통쾌한 결말이 있다.

   <레드 리버> 이후 10년, 혹스는 포드에게서 존 웨인을 다시 데려와 서부영화의 이정표를 세웠다. ‘서부영화 대백과’에서 ‘선과 악의 대결을 거의 완벽하게 다룬 예’라고 평가받은 <리오 브라보>는 뛰어난 상업영화인 동시에 혹스의 개인적인 신념이 담긴 작품이다.

   혹스와 웨인은 둘 다 1950년대 서부영화의 대표작 <하이 눈>과 <유마행 3시 10분 열차>의 노선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영화의 보안관이 비굴하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자존심과 전문성을 갖춘 영웅을 내세워 변화하는 서부영화들에 답했다. 그리고 <엘도라도>(1967)와 <리오 로보>(1970)에서 세 남자와 악당의 대결구조를 재연하며 ‘혹스 삼부작’을 만들어냈다(하지만 혹스는 변주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악당이 살인을 저지른다. 보안관은 악당을 감옥에 가두고 연방 보안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악덕 농장주인 악당의 형은 수십 명의 총잡이를 고용해 보안관을 위협하건만, 보안관 곁에는 다리를 저는 늙은이와 술주정뱅이 부관 둘 뿐이다. 그들에게 어린 카우보이와 떠돌이 무용수가 가세한다.

   영웅은 영웅답고, 악당은 악당다우며, 여자는 어떤 서부영화의 여자보다 매력적이다. 게다가 무뚝뚝하던 웨인이 혹스와 만날 때면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데다, 디미트리 티옴킨의 음악이 이리도 낭만적이니 서부영화에서 뭘 더 바랄까 싶다. 윌리엄 포크너와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친했고, 그들에게서 각본을 받은 적도 있는 혹스답게 영화의 대사 연출 또한 수준급이다. 만약 서부영화라고 해서 서툰 대사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혹시 <리오 브라보>가 심심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10년 뒤에 다시 보길 바란다. 그러면 10년 전에 얼마나 잘못 판단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특별판으로 선보이는 <리오 브라보> DVD의 영상은 색감 표현이 탁월해 (한국에선 나오지 않은) 기존판의 묽은 톤과 비교된다. 워너 사는 서부영화의 걸작들을 특별판으로 재발매하면서 붉은 색 톤을 기조로 색감을 훨씬 풍성하게 표현하는 노선을 택했다. 그 결과, 존 포드의 <수색자>의 특별판이 발매되었을 때, 일부에서 워너의 노선에 대해 반박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50년 전 극장에서의 색감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지금, 전문가가 만들어낸 DVD의 화질을 믿어보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리오 브라보>의 경우, 묽었던 기존판보다 풍부한 색감을 자랑하는 이번 특별판이 옛 영화의 기억에 더 어울리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리오 브라보>를 최고의 서부영화로 꼽는 감독 존 카펜터(그의 1976년 작품 <분노의 13번가>는 <리오 브라보>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에 있다)와, 할리우드 역사를 꿰뚫고 있는 영화평론가 리처드 쉬켈의 음성해설은 기대했던 바와 많이 다르다. 카펜터의 말수가 적어 쉬켈이 대부분의 음성해설을 진행하는데, 그나마 잡다한 사실들을 쭉 늘어놓기보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중요한 사실들을 툭툭 던지는 식이다.

   쉬켈은 혹스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이다. 옛 친구의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흥 때문인지, 뒤로 갈수록 영화에 빠져 말이 없다가 간혹 웃음으로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 거슬리지만은 않다. 쉬켈은 두 번째 디스크에 실린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은 남자: 하워드 혹스’(55분)를 연출하기도 했다. 쉬켈이 말년의 혹스와 나눈 인터뷰에 곁들여, 혹스가 코미디, 갱스터, 전쟁영화, 웨스턴, 누아르 등 전 장르에 걸쳐 만든 걸작들의 클립을 훑어보는 맛이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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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 투손’(9분)은 60여년에 걸쳐 수백 편의 서부영화가 촬영된 곳인 ‘올드 투손 스튜디오’를 소개하는 코너다.

   ‘<리오 브라보>를 기념하며’(33분)는 감독, 평론가, 배우들의 목소리를 빌려 영화에 대한 평가,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인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혹스가 그립다. 사나이다운 시기를 잘 그렸다”라고 회상한다. 쉬켈이 말한 대로 혹스를 이을 감독이 없는 지금, 혹스에 대한 그리움이 비단 보그다노비치의 것만은 아닐 게다.
(ibuti, 2007.6. 씨네21 609호)

<리오 브라보: 특별판> Rio Bravo (Special Edition)

1959년 / 하워드 혹스 / 141분 / 1.78:1 아나모픽 / DD 1.0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워너브라더스(2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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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웨인과 앤지 디킨슨의 극중 관계는 혹스의 전작 <소유와 무소유>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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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우정은 말이 없어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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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고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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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혹스의 말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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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브라보>의 제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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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홍준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의 13번가>를 굉장히 재밌게 봤는데 (엔딩이 참 속시원하더군요.)... 아직 <리오 브라보>를 못 봤거든요. (대신 테마 음악은 들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mp3 플레이어로 옮겨서 자주 들어요.) <분노의 13번가>는 이미지 엔터테인먼트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도 발매됐지만 한국에 발매될거라는 기대는 접은지 오래고..

    ibuti 님 리뷰를 읽으니......질러야 겠네요.

    2008/08/30 14:11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분노의 13번가>의 미국판 DVD에도 자막이 없어서 괴롭기는 매한가지랍니다. ;;;;
      <리오 브라보>는 아주 옛날 영화고 <분노의 13번가>와도 분위기가 많이 다른 영화지만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할인판으로 구할 수 있을 거예요.

      2008/09/01 20:47

Film: HomeVideo2008/07/28 12:2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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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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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더 이상 새로운 전쟁영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을 때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블랙 호크 다운>이 나왔다. 두 영화는 전쟁영화를 미적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 영화의 스펙터클이 거대해지고 오감을 만족시킬수록 전쟁은 초현실적인 대상으로 바뀌었고, 뛰어난 영상미에 탄성이라도 지를라치면 괜히 죄의식을 느껴야 했다.

   <아버지의 깃발>에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일부 장면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CG를 입힌 영상은 60년 전에 만들어진 <이오지마의 모래 언덕>(앨런 듀언, 1949)의 전투 장면보다 날것의 느낌이 오히려 덜한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전투 장면을 통해 뭉클함을 얻고 싶은 사람에겐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감동은 타자의 전투를 바라보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참전 병사의 시선으로 전쟁을 대할 때 전해진다(촬영감독 톰 스턴은 “크레인을 사용한 객관적 쇼트보다 개인의 시점에서 주관적 쇼트를 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오지마의 모래 언덕> 같은 낭만적인 영웅담(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각색을 맡은 폴 해기스에게 존 웨인 스타일은 싫다고 미리 말해뒀다)은 물론, 그와 반대로 극렬한 반전영화인 <들불>(이치가와 곤, 1959)의 자연주의적인 묘사와도 거리를 두면서,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렇게 사실성을 획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개봉되지 못했다. 그것이 비상업성 때문인지 한국인의 상처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우리는 스크린에서 두 영화를 동시에 감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아버지의 깃발>이 이오지마의 수리바치산에 깃발을 꽂은 미군 병사의 이야기라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 산에서 밀려나 섬의 북쪽으로 몸을 피해야 했던 일본군 병사의 이야기다. 그들의 고통과 기억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만나는지 비교 체험할 기회는 이제 DVD의 차례로 넘어왔다. 당연히 이들 DVD가 유달리 반가울 수밖에 없다(다만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별도로 출시돼지 않고, 소장판으로 선보이는 박스판에만 들어있다).


   DVD의 영상과 소리는 둘 다 우수하지만, 푸른색 톤을 잘 살려낸 <아버지의 깃발>의 영상이 어두운 장면이 많고 노란색을 기조로 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것보다 좋아 보인다. 대개의 거장들이 자기 영화에 대해 주절주절 말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특히 현장에서조차 말이 적은 이스트우드에게서 간략한 영화소개(5분) 외에 별다른 음성해설을 기대하진 말자.


   각각 ‘서사극의 제작’(30분)과 ‘붉은 태양, 검은 모래(오리지널 각본의 제목이기도 하다,
21분)’라 이름 붙여진 메이킹 필름은 제작에 참여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연기자에게서 진실함을 추구한다는 이스트우드가 스스로도 신의를 지키는 인물임을 스탭들의 말을 빌려 알 수 있다. 이스트우드는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그와 오랫동안 일한 미술 책임자 헨리 범스테드와 캐스팅 담당 필리스 허프만는 두 영화를 유작으로 남기고 죽었는데, “이스트우드가 아니라면 아흔 살의 나이에 이렇게 일하지 않았을 거다. 매순간이 만족스러웠다”는 범스테드의 말에 감독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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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깃발>의 부록 -  원작과 각색(17분), 여섯 명의 용감한 사나이(20분), 깃발을 세우며(3분), 시각효과(15분), 과거를 돌아보다(10분) - 이 이오지마 전투와 수리바치산에 깃발을 세운 여섯 병사를 주로 다룬 반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부록 -  배우에 관해(19분), 스틸 모음(4분), 일본에서 가진 월드 프리미어 현장(16분)과 기자회견(25분) - 은 이스트우드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영화를 찍는 건 흥미로운 도전이었다.”라고 언급한, 특이했던 제작 환경을 돌아본다.

   이스트우드는 영화소개에서 “나는 이야기를 할 뿐,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라고 밝혔다. 두 영화에 대한 비평을 읽거나, DVD의 부록을 보기에 앞서, 두 편 영화를 나란히 감상할 것을 권하는 바다. 그러니까 미국판 박스세트에 들어있는 다큐멘터리 두 편이 판권 때문에 한국판에는 실리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 개의치 말기를.
(ibuti, 2007.6. 씨네21 608호)

<아버지의 깃발> Flags of Our Fathers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2006년 / 클린트 이스트우드 / 132분, 141분 / 2.35:1 아나모픽 / DD 5.1 영어(<아버지의 깃발>), 일본어(<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한글 자막(영어 자막은 <아버지의 깃발>에만 지원) / 워너(4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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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 해변에 홀로 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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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금 마련을 위해 동원된 세 병사의 실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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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촬영본과 시각효과 작업 후의 영상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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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곽과 이오지마 민가 장면에는 같은 세트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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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켄과 그가 연기한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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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지마....는 보기 좀 고통스러울까봐 아직 플레이어에 못걸고 있네요.....;;;

    2008/07/28 21:26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놓칠 수야...;;;

      바라보다님, DVD를 꼭 플레이어에 거시길 바랍니다.^^

      2008/07/28 22:18

Film: HomeVideo2008/07/28 00:41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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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DVD 커버가 황홀하게 예뻐서 혹시 향수를 뿌렸나 싶어 코를 대봤다. 그러나 냄새가 날 리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영화 <향수>에서 향이 나올 까닭이 없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다 향을 맡은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가 흡사 후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다.

   <향수>는 향에 영혼을 판 천재의 탄생, 성공과 실패 그리고 소멸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전 읽은 기억으론, 소설 <향수>는 분명 스릴러나 블랙코미디 영화를 위한 소재였다. 그런데 영화로 다시 만난 <향수>는 사라진 천재의 시대를 아쉬워하는 연대기로 읽힌다.

18세 중엽의 프랑스에서 전개되던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이 발발하기 전, 한 남자가 살점 하나 남김없이 뜯어 먹힌 흔적 위로 보통 사람들이 오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평등과 복제와 산업이 지배자로 행세하는 시대엔 천부적인 재능과 순결한 영혼은 곧 고독과 외톨이를 의미한다. 하늘마저 시기한 그들은 도태와 멸종의 삶을 선택해야만 했고, 우리는 진정한 천재가 부재하는 심심한 시간을 살게 됐다.

몇 년 전, <향수>의 주요 배경인 프랑스의 산악 마을 ‘그라스’에 간 적이 있다. 향의 명인들이 지켜온 향수의 도시는 지금도 향수의 본고장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내 눈엔 한적하고 아름다운 관광지 이상이 아니었다. 어딘가 맥 빠진 도시는 바로 우리 시대의 모습이었다.


   DVD의 영상에 대해 잘라 말하긴 힘들다. 어둡고 야만적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린 <향수>의 필름 영상은 말끔하고 선명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영화를 스크린으로 먼저 보았다면 DVD의 영상에 대해 (어두운 부분에서 푸른색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현상을 빼면)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겠으나, DVD로 <향수>를 처음 접할 경우엔 다소 낯선 경험일 수도 있겠다.

   특별판으로 제작된 <향수> DVD는 본편 음성해설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두 번째 디스크에 150분이 넘는 다양한 부록들을 수록했다. 그 중 메이킹 필름(53분)에선 유럽산 대중영화를 만들었다는 제작진의 자부심이 물씬 풍겨난다.

   빔 벤더스의 <그릇된 동작> 이후 60편이 넘는 영화를 제작해온 번드 아이킨커가 소설 <향수>를 접한 다음 20년 가까이 영화화에 쏟은 각별한 노력이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15년 넘게 판권 거래를 거절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그는 1990년대 말에 쓴 <로시니>의 시나리오 안에 ‘나는 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집어넣을 정도였다.)와 줄다리기를 벌인 사연, 미국 자본의 도움 없이 영화를 만들게 해준 축구단 구단주와의 인연, 18세기 배경의 시대극을 제작하느라 수많은 제작진이 기울인 정성, 500 미터 근방만 가도 악취가 진동했다는 끔찍한 촬영 장소, 톰 티크베어 감독이 런던의 연극 무대에서 <햄릿>을 공연 중이던 벤 위쇼를 발견하게 된 과정, 피날레의 군중 장면을 위해 스페인 극단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단원들이 진흙을 바르고 임한 이색적인 연습,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이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광경 등이 꼼꼼하게 담겨 메이킹 필름의 몫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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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제작자, 감독, 배우들과의 인터뷰(42분),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간 로케이션 헌팅(11분), 냄새의 시각화 작업(13분), 촬영에 쓰인 독특한 기법들(11분), 수백 가지에 이르는 음원의 믹싱(10분) 같은 부록들도 메이킹 필름과 연결해 볼 만하다.

그 외에 ‘독일어 더빙 현장’이란 부록(10분)은 한국판 DVD 속에 놓기엔 좀 생뚱맞긴 하지만, 그 내용을 이모저모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없지 않다. 우두커니 서서 목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현실감을 살리고자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성우들과, 더빙하는 스튜디오까지 찾아와 성우들의 음성 연기를 일일이 지도하는 감독의 얼굴에서 예상 밖의 현장을 찾게 된다. (ibuti, 2007.6. 씨네21 607호)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2006년 / 톰 티크베어 / 147분 / 2.32:1 아나모픽 / DD, DTS 5.1 영어 / 한글, 영어 자막 / 태원엔터테인먼트(2장)
< 화질 ★★★☆  음질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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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위해 영혼을 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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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의 효과를 내기 위해 동원된 800 명의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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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탄생의 주역들.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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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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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연기를 마다하지 않은 연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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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회화적으로 접근하게 만든 100여 장의 드로잉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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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워낙 거시기해서....부록은 펼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네요.. -_-;;;

    2008/07/28 21:28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작과는 느낌이 너무 달라서 처음엔 저도 좀 난감했습니다.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도 편히 볼 만한 건 아니였고요. 다시 볼 것 같진 않아요.

      2008/07/28 22:21

Film: Garage2008/07/26 14:37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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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10주년 특별전



기간 : 2008년 8월


장소 : 씨너스 이수
( cafe.naver.com/cinusat9 )
 



* 아래는 보도자료에서 발췌한 것임.



8월, 멀티플렉스 속 작은 영화展 씨너스 이수 ‘AT9 미니씨어터’에서는 지난 10년간 남다른 통찰력과 독특한 시선으로 '사랑' 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일상 위에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온 허진호 감독의 전작 4편을 상영하는 '허진호 감독 1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올해는 허진호 감독의 장편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개봉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작가성을 보여준 허진호 감독은 그 후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을 통해 이 시대 최고의 멜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AT9 미니씨어터에서는 허진호 감독 10주년을 기념하며 그의 전작 4작품과 단편 2작품 <따로 또 같이>, <나의 새 남자친구>를 상영하는 특별전을 마련해 지난 10년간의 허진호 감독 작품 세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허진호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와 사랑의 상실감을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표현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허진호 감독은 전작 4편에서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기용하여 사랑을 여러 가지 모습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내어 관객들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아왔다.

사랑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독특한 시선을 가진 허진호 감독이 들려주는 네 가지 섬세한 사랑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과 배우 윤진서가 주연한 단편 두 작품 <따로 또 같이>, <나의 새 남자친구>는 오는 8월, 씨너스 이수 AT9 미니씨어터에서 매주 월화수목 저녁 8시에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특별전 중, 8월 6일 <외출> 상영 후에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이 함께하는 '씨네토크(GV)'가 진행된다.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의 씨네토크는 허진호 감독의 10주년 특별전을 맞아 허진호 감독과 함께 오랫동안 전 작품 작업을 같이 해 온 조성우 감독의 진솔하고 즐거운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마련됐다.


허진호 감독의 전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에는 영화를 위한 맞춤 음악을 만들어 온 조성우 음악감독이 있었다. 감상적인 창작음악으로 허진호 감독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 조성우 음악감독과의 만남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아주 특별한 소식일 것이다.


영화마다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며 각각의 장르적 특성을 녹여내는 조성우 감독의 음악은 언제나 허진호 감독의 영화와 정확하게 조우하여 영화의 감동을 증폭시킨다. 이에 8월 6일 씨네토크에서는 조성우 감독과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허진호 감독이 함께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즐겁고 흥미롭게 풀어나갈 예정이며,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과의 만남은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의 아름다운 선율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설렘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이번 특별전 에서는 조성우 음악감독과의 씨네토크 이 외에,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씨네토크도 마련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카페를 참고 ( cafe.naver.com/cinusat9 )



상영작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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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1998)


월요일 8:00PMㅣ97분 | 15세 관람가

출연: 한석규, 심은하 | 8월 4/11/18/25일 상영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서울 변두리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원은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정원의 사진관에 다림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나고, 정원네 사진관 근처에서 주차 단속원으로 일하는 그녀는 자신이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며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간다. 다림은 정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지만 정원의 상태는 악화되고, 어느 날 그는 병원에 실려 가는데…


★제36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 / 제21회 황금촬영상 시상식 신인감독상 / 제19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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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One Fine Spring Day, 2001)


화요일 8:00PMㅣ106분 | 15세 관람가

출연: 이영애, 유지태 | 8월 5/12/19/26일 상영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봄날은 간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으면서 삐걱거리는데…


★제3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감독상 /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 제14회 도쿄국제영화제 예술공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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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April Snow, 2005)


수요일 8:00PMㅣ105분 | 18세 관람가

출연: 배용준, 손예진 | 8월 6/13/20/27일 상영


우리가 한참 전에..아니면 한참 후에 만났으면 어땠을까요?
조명 감독 인수는 아내 수진의 자동차 사고 소식을 듣고 공연장을 급하게 떠난다. 강원도 삼척의 한 병원 수술실 복도에서 인수는 함께 사고를 당한 동승자, 경호의 아내 서영을 만난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인수와 서영은 수진과 경호가 '특별한 관계'임을 알게 된다. 배우자를 원망하면서도 무사히 깨어나기를 바라는 두 사람은 병원 앞 모텔에 장기 투숙하며 계속 스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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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Happiness, 2007)


목요일 8:00PMㅣ124분 | 15세 관람가

출연: 황정민, 임수정 | 8월 7/14/21/28일 상영


너 없으면 못살 것 같더니 이젠 너 때문에 미치겠어.

서울에서 클럽을 운영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겨온 영수는 간 경변 치료차 시골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온다. 8년째 요양원 '희망의 집'에서 살며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은희는중증 폐질환 환자지만 밝고 낙천적이다. 자신의 병에 개의치 않고 연애에도 적극적인 은희는, 첫날부터 자꾸만 신경 쓰이던 영수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두 사람의 행복한 연애는 시작되는데…


★제28회 청룡영화상 감독상



단편 1. <따로 또 같이>(2003)

출연: 윤진서, 김영재
행복하고 달콤했던 과거를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추억하는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단편 2. <나의 새 남자친구>(2004)

출연: 윤진서, 이진욱
시련을 당한 한 여자가 시련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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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 [Film: Comment] - 행복 (허진호, 2007) : 여름의 연풍, 가을의 낙엽 그리고 겨울의 눈물
2007/09/28 - [Film: HomeVideo] - 나의 아름다운 단편 (오병철 외, 198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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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우유소년4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온지 꼭 10년째였네요.

    고등학교 때 처음 보았던 그때는 이 영화를 좋아했고, 나중에는 싫어했다가
    더 시간이 흘러서는

    그리워하게 되었어요.

    허진호 특별전 소식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 고마움을...

    2008/07/31 23:40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너스 이수'에선 매달 특색 있는 영화행사를 열곤 합니다. 그 때마다 메일을 보내주시는데 그간 포스팅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게을러서요...ㅠㅠ. 정작 저 자신도 너무 멀어서 가보지 못하기도 했고요.

      <허진호 회고전>은 그 중 하나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온 게 10년 전이더라구요. 허진호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몇 편은 가슴에 담고 사는 것들이라. 우유소년님은 허진호의 어느 영화를 좋아하시는지요?

      2008/08/03 14:33

Film: Garage2008/07/26 13:57 Posted by ibuti


Mizoguchi Kenji

r e t r o s p e c t i v e


필름포럼 재개관 기념


미조구치 겐지 특별전

기간: 2008. 8. 9. ~ 8. 29.

장소: 필름 포럼
( www.filmforum.co.kr )




* 아래는 보도자료에서 발췌한 것임.


감독소개


“미조구치는 가장 위대한 일본 영화 감독이다. 아니, 간단히 말해서 가장 위대한 영화 감독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_ 장 뤽 고다르


1950년대 초반 구로자와 아키라와 함께 세계 영화계에 일본 영화의 존재를 알렸던 미조구치 겐지는 오늘날 일본 영화라는 틀을 벗어나 세계 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감독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조구치라는 이름에 우리는 우선 잔혹한 세상과 대면한 여성 캐릭터부터 떠올리게 된다. 1923년에 감독으로 데뷔한 미조구치는 신파 멜로드라마를 비롯해 형사 영화, 전쟁 영화, 코미디, 공포 영화 등 이런저런 장르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영화들이 그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박해받는 여성이란 관심사는 그의 영화인생을 관통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지속된 테마였다.

형식적인 면에서 전형적인 미조구치적 세계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롱 테이크, 그리고 거리를 유지하고서 축조되는 정밀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의 영화의 이런 특징들은 오랜 기간의 단련과 실험을 거치면서 도달한 지점이었다. 1920년대에 그는 표현주의적 기법을 차용했는가 하면, 급격한 편집, 잦은 디졸브, 독특한 플래시백의 이용 등과 같은 테크닉들을 대담하게 실험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대략 1930년대 중반부터 미조구치는 현재 우리가 ‘미조구치 스타일’이라고 알고 있는 대단히 유미적인 스타일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항상 파멸의 위기에 처한 여인들의 험난한 인생역정을 놀랄만큼 세련된 스타일로 그려낸 그의 영화 세계로 인해 미조구치는 “영화계의 셰익스피어”란 소리를 들기도 했던 것이다. 미조구치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은 국내에 그의 작품 세계가 제대로 이해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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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게츠 이야기 雨月物語
Tales of Ugetsu

1953|b&w|97min

원작: 우에다 아키나리 上田秋成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다나카 기누요 田中絹代, 모리 마사유키 森雅之, 교 마치코 京マチ子

★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이탈리아 비평가 상

★ 1953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3위

도공 겐주로는 전란의 혼란을 틈타 큰 돈을 벌 생각을 한다. 한편 그의 매제 도베이는 사무라이로서 출세하는 것이 꿈인 사내다. 겐주로의 처 미야기는 돈은 못 벌더라도 가족 간의 단란함이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겐주로는 만들어놓은 도기를 팔러 도회로 나가 상당기간 소식이 끊어진다. 그는 시장에서 어느 귀부인으로부터 물건을 배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데,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하고 만다.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뛰어난 영상미. 인간의 어리석음의 근원을 파고드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 미조구치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일뿐 아니라 후대의 영화 작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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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 祇園囃子 A Geisha

1953|b&w|85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고구레 미치요 木暮實千代, 와카오 아야코 若尾文子

★ 1953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9위

문인들이 많이 드나들기로도 유명한 전통의 화류가인 교토의 기온 거리. 이 거리에서 오랫동안 게이샤로 일해 왔던 미요하루의 집에 어느 날 어린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코. 어머니를 잃은 그녀는 무희(마이코)가 되기를 원해 미요하루에게 찾아온 것이다. 무희로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어떤 고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에이코의 열성에 감탄한 미요하루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요염한 중년 게이샤를 연기하는 베테랑 고구레 미치요와 젊은 무희를 연기하는 신인 와카오 아야코가 연기하는 영화 속 인물과 겹치면서 영화에 깊이를 더해준다. 여성 영화의 감독으로서의 미조구치 본령이 제대로 발휘된 주옥과 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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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마츠 이야기 近松物語
The Crucified Lovers

1954|b&w|102min

원작: 치카마츠 몬자에몬 近松門左衛門

각본: 요다 요시타카 依田義賢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음악: 하야사카 후미오 早板文雄

출연: 하세가와 가즈오 長谷川一夫, 가가와 교코 香川京子

★ 1954년 키네마준포 베스트 텐 5위

모헤이는 부유한 표구상 집안에서 달력 제작 전문으로 일한다. 주인집 마님 오상이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그녀에게 돈을 마련해주려다가 오히려 오해를 당해 오상과 불륜의 관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주인의 분노를 알게된 두 사람은 가출해서 비와호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려고 한다. 하지만 같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에게는 진정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도피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미조구치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연애 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처형당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맹세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는 눈물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없다는 시대의 제약을 넘어서는, 구극의 연애 영화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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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楊貴妃 Princess Yang Kwe Fei

1955|color|98min

각본: 요다 요시다카 依田義賢

촬영: 스기야마 고헤이 杉山公平   

음악: 하야사카 후미오 早板文雄

출연: 교 마치코 京マチ子, 모리 마사유키 森雅之

당나라의 현종황제는 깊게 사랑하던 처 무혜비를 잃고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측근들은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여인을 열심히 찾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던 안록산은 어느 날 양씨 집안의 부엌에서 양옥환이란 아가씨를 발견하고 그녀를 황제에게 추천한다. 현종은 전의 황후와 많이 닮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미조구치 최초의 컬러 영화로 호화로운 궁정을 무대로 한 역사물이다. 현종이 양귀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국 당제국을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미조구치는 남녀 간의 슬픈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정감 넘치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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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선지대 赤線地帶  Street of Shame

1956|b&W|86min

각본: 나루사와 마사히게 成澤昌茂

촬영: 미야가와 가즈오 宮川一夫

출연: 교 마치코 京マチ子, 와카오 아야코 若尾文子 , 고구레 미치요 木暮實千代

남자들이 하룻밤의 쾌락을 찾아서 출입하는 환락가.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이 세계는 실은 하루하루의 절박한 삶을 살아가는 작부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살롱 ‘꿈의 고향’에는 이재에 밝은 야스미, 가출 소녀 출신의 미키, 실업자인 남편을 먹여 살리는 하나에 등 여러 여인네들이 남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마침 ‘매춘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이 거리에도 여러 가지 파문이 일어난다. 자신들의 생계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그녀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작부들의 모습을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그려낸 미조구치 여성 영화의 최고봉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그의 유작이 되었다.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 실제로 ‘매춘금지법’이 일본에서 제출되어 1956년 5월에 가결되었다. 그 시사성 때문에 개봉 당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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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사마 お遊さま  Miss Oyu

1951|b&w|95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