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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Comment2008/03/26 21:06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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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we sink, we must swim together.

식코 Sicko (마이클 무어, 2007) ★★★★


목소리는 의로우나 마음이 곱지 않은 남자. 나는 마이클 무어를 그렇게 생각해왔다. <더 빅 원>까지는 그나마 소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화씨 9/11>에 이르러 그는 선정주의에 빠진 남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식코>를 보러 가는 내 마음은 불편했다. ‘민감한 사안을 또 하나 건드리려고 하겠군. 어디 또 얼마나 날뛰는지 봐야지.’ 곱지 않은 건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식코>를 보면서 나는 울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못된 현실이 서글퍼서 울었고, 그게 꼭 먼 나라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울었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애쓰는 마이클 무어의 진심이 고마워서 울었다. <식코>는 마이클 무어가 이제껏 만들어온 영화 중 가장 성숙한 것이며, 설령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식코>를 보면서 그냥 웃어넘기기란 힘든 일이다.

<식코>는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미국 의료보험의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다. 3억 인구 중, 의료보험에 가입할 돈이 없는 빈민층과 가입자격이 안 되는 5천만 명은 물론, 2억 5천만 명의 가입자들조차 의료복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하나씩 소개된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 지나친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병에 걸렸을 경우 진단과 치료에 드는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허덕이게 된다. 왜냐하면 보험사가 이런저런 조건을 들어 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고, 치료비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탓이다.


마이클 무어는 그 원인을 민간기업의 생리와 운영 형태에서 찾는다. 닉슨 시절, 의료 서비스의 개선을 빌미로 시작됐다는 민간 의료보험은 결국 사기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기업이 어떤 곳인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간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마침내 클린턴 시절, 힐러리 클린턴이 선봉장이 되어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을 시행하고자 했으나, 사회주의에 대한 민감도 면에서 한국과 1위를 다투는 미국인들은 새로운 제도를 ‘빨갱이의 그것’이라고 선전하는 이익집단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결과는 뻔했다. 의료보험회사의 수익이 엄청난 기록을 자랑하고, 투자자들이 벼락부자가 될 동안, 많은 미국인들은 ‘돈이 없으면 죽는’ 세상을 한탄해야만 했다.


그간 영화에서 대기업과 정치인들을 직접 공격하는 행태를 취했던 마이클 무어가 이번에 택한 노선은 ‘우회’다. 의료보험 회사의 로비에 넘어가 정치자금을 받은 더러운 정치인(그 안에는 침묵을 지킨 힐러리 클린턴도 포함되어 있다)이 언급될 때도 있으나, 무어는 의료보험의 주역들을 직접 찾아가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막강한 의료진이 배후에 자리한 의료보험회사와 맞붙는다는 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는 빈부와 상관없이 아픈 사람은 비용을 신경 쓰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믿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의 국민들과 의료기관을 찾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아본다. 그리고 미국의 적국인 쿠바에까지 미국의 환자들을 데려가(해프닝의 결과이긴 하지만)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어가 얻어낸 결론은 ‘공공재, 공공 서비스의 경우 가진 자가 나눔으로써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민은 정부가 자신들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에 빠지면 함께 헤어쳐야 살 수 있다”고, “국민들은 절대 어리석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마이클 무어의 일방적인 결론과 선동적인 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찾은 나라라고 해서 빈곤한 사람들이 받는 의료 혜택이 무조건 좋을 리 없으며, 의료 서비스 하나로 미국과 쿠바를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충분히 수긍 가능한 것이다.

천박한 자본주의를 살아온 자들은 수중의 돈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 벌어들인 것이라고 착각한다. 결국은 제로섬 게임인 경제에서 한 사람이 부를 얻을 경우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는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세상의 1퍼센트가 80퍼센트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면, 그 부는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무어는 그 부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기본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재, 공공 서비스가 민영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병원이 환자를 내버리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진 자의 정부가 국민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도록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돈 밝히는 인간들이 권력을 새로 잡자 그들 주변으로 쓰레기 같은 자본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도와 의료보험의 민영화 이야기가 왜 나오고 있겠나. 지금의 의료보험 혜택이 더 커져야 할 판에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한국의 가진 자를 절대 믿지 않는다. 그들은 불과 이십 년만에 강남의 18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값을 한 평 값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룩한 인간들이며, 국민들의 푼돈을 모아 일족의 왕국을 건설하는 파렴치한들이다. <식코>를 보면서 제발 이 영화를 전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니, 최소한 보수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다 봐줬으면 싶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선거로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당신의 의로운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ibuti)


* 엔드크레딧에 ‘커트 보네거트에게 모든 걸 감사드린다.’는 문구가 나온다. 한 사람의 지성으로서 부시에게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던 보네거트가 떠나고 없는 지금, <식코>는 마이클 무어가 그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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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관 가서 보고 싶은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만 멀티플렉스지 이걸 상영할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멀리 가야 볼 수 있을라나;

    2008/03/27 09:16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입과 배급을 맡은 회사가 작은 곳이라 많은 곳에서 상영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개봉일이 4월 3일이더군요. 상영되는 극장을 잘 찾으시길 바랍니다.

      2008/03/27 10:31
  2. 우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리뷰가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너무 맞아 떨어지네요.
    미국의 현실은 가진자만 행복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 절대 안됩니다.

    2008/03/27 13:04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 그래서 더 열심히 보았을 거예요.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지만,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면 그토록 빠져들진 않았겠지요.

      2008/03/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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