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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Comment2007/11/01 11:02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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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ngdom on Fire

<킹덤 The Kingdom> (피터 버그, 2007)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에는 미국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뭔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아니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그들 거주지는 높은 벽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거나, 중무장한 군인들의 보호를 받는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다. 일전에 경복궁 근처에 있는 미국인 거주지에 가본 적이 있다. 일개 군무원의 가족이 널찍한 집을 별다른 임차비도 지불하지 않고 차지해 사는 걸 보며 씁쓸했다. 영토의 주인인 국민은 땅 한 평 더 얻으려고 기를 쓰며 사는데, 거대 국가의 국민은 다른 나라 땅에서 이렇게 쉽게 취급 받으며 살아도 되나 싶었다.

<킹덤>에서 왕국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칭한다. 중동에서 가장 친미성향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인 거주지가 없을 리 없다. 그 중 석유회사의 직원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폭발물이 터진다. 거주민을 노린 1차 폭발에 이어, 구조하러 온 집단을 노린 2차 폭발이 일어난다. FBI 요원 플러리는 희생자 중에 절친했던 동료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상부의 반대를 무릅쓴 채 동료 세 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감행한다.

‘테러’는 미국인에게 만사를 위한 구실이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자 군대를 보낼 때나, 국민이 분노의 대상을 찾을 때 ‘테러’ 한마디면 답이 된다. 세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테러를 없애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그럴싸한 명분은 수많은 미국인이 남의 영토를 우습게 넘나드는 권한을 제공한다. 네 명의 FBI 요원이 총을 들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된 배경은 그렇다. 그들 네명은 말로는 테러 조직과 맞선다고 하지만, 네 명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첫 번째 동기는 동료의 복수다. 분야별 전문가답게 조직적인 수사를 펼치는 듯하던 그들은 마침내 테러 조직과 한바탕 일전을 벌인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죽은 미국인의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을 죽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산권엔 관심도 없는 듯 수많은 건물을 파괴한다. <킹덤>은 정치영화가 아니라 액션영화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질문해보자. 회교 과격단체가 자기들 땅 안에서 자기들 땅을 침범한 이교도들을 죽이는 건 테러인데, 남의 땅에 들어가 살상과 폭발을 벌이는 미국인들의 행동은 왜 테러라 부르지 않는가. 미국이 세계 평화를 위한답시고 무한대의 권한을 부여 받는 근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킹덤> 같은 영화를 보면 그래서 화가 난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미국인들의 복수가 통쾌하다고 박수 치는 인간들이 있어, 나를 화나게 한다.

사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선을 탓하자면, <킹덤>으로선 섭섭할 만하다. 테러로 한정한다 해도 <킹덤>보다 못한 영화가 수백 편은 될 테니까. 게다가 <킹덤>은 마이클 만이 제작한 영화다. 마이클 만 영화의 강점은 정치적인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힘이었다. <킹덤>이 얄미운 것은 그런 강점은 강점대로 써먹는 한편, 양쪽 입장을 이해한다는 듯한 페인트 모션을 함께 취한다는 데 있다. 시작부터 중동과 미국의 오랜 관계를 소개하며 <시리아나>를 흉내 내던 <킹덤>은 마지막에 이르러 모호한 시선을 드러낸다. 실컷 쳐부술 때는 언제고, 갑자기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와 자신들의 행동을 같은 선에 놓고 비교하란다.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킹덤>은 지혜의 말씀이라도 되는 양 들려준다. 어차피 미국인을 위한 액션영화를 지향했다면, <킹덤>은 자기 자신에게라도 솔직했어야 했다.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른 제이미 폭스와 크리스 쿠퍼의 연기도 새로울 게 없어 지겹기만 하다.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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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월덴지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 동감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이지만 트랙백 겁니다.

    2007/12/1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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