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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 영화관

Film: Comment2007/09/28 23:25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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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 My Song

<원스 Once> (존 카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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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트먼트>(알란 파커, 1991)를 먼저 기억해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아일랜드의 한 지역밴드가 흐지부지 종지부를 찍은 후의 후일담을 들려주던 짧은 에필로그를 떠올려야 한다. 그 부분에서 밴드의 기타리스트 포스터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살아가고 있는데(옆 사진), 영화에서 포스터 역을 맡았던 사람이 바로 <원스>의 주연배우 글렌 한사드다. <원스>에 등장하는 거리의 가수 ‘그’는 <커미트먼트>의 포스터의 15년 후 모습인 것이다. 가난한 가수는 여전히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를 사랑하며, 녹음을 위한 돈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니까 <원스>가 <커미트먼트>의 후일담이라 우긴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글렌 한사드의 삶도 <원스>의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13살에 학교를 그만둔 뒤 거리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17살에 엄마가 보증을 서 빌린 돈으로 데모 테입을 만들었던 사람. 차이가 있다면 한사드는 16년차 그룹 ‘더 프레임즈’를 이끌고 있으며, ‘더 프레임즈’는 2007년에 평단의 호평은 얻어낸 신보를 발표한 중견 그룹이라는 점이다. 연전에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던 한사드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체코 출신 여가수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목소리에 반해 앨범 <Swell Season>(2006)을 같이 만들었다. 내친 김에 <원스>의 사운드트랙을 공동 진행하던 두 사람은 감독 존 카니의 권유도 있고 해서 남녀주연까지 겸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존 카니가 1990년대 초반에 ‘더 프레임즈’의 베이시스트였던 데다 감독 데뷔 시절 ‘더 프레임즈’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경력의 소유자라는 사실. 이 정도면 한사드와 이글로바와 카니의 만남을 운명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영화에는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가전제품 수리점에 얹혀사는 짬짬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남자다. 어느 날 그의 앞에 맑은 눈을 가진 ‘소녀’(그녀 역시 이름이 주어지지 않았다)가 선다. 고작 동전 몇 푼 내면서 노래를 주문하는 그녀가 처음엔 성가셨지만, 그는 그녀와 몇 차례 만나면서 애정을 느낀다. 그런데 동유럽에서 이민 온 가난한 소녀에겐 부양해야 하는 아이와 어머니 그리고 체코에 두고 온 남편이 있었다. 둘 사이의 애틋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런 처지 때문에 소녀는 그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원스>의 플롯은 아주 단순하다, 아니 너무 뻔하다. 카니가 알려준 줄거리에 맞춰 한사드가 노래를 만들고, 다시 카니가 그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보완하며 작업해놓은 결과물은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 영화라기보다 포크가수가 주인공인 평범한 다큐멘터리에 더 가까워 보인다. 거리에서,  CD플레이어에서, 악기점에서, 스튜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와 여자의 노래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게 감동을 준다. 그와 그녀의 초라한 상황이 감정적 반응을 불러내긴 하지만, 영화의 진짜 감동은 남자와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에서 비롯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나누고, 오해하고 다투고, 자유와 구원을 찾는 과정이 이야기가 아닌 노랫말에 담기고, 그 노랫말이 남자의 애절한 목소리와 여자의 깨끗한 목소리를 타고 나오면서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끝없이 나오는 포크송의 나열이 지루하지 않은 건 한사드와 이글로바의 목소리와 연기에 진실한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두 사람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는 데 진정성이 없으면 그게 이상한 일인 게다.

단 2주 만에 촬영을 마쳤다는 <원스>의 영상은 노래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욕심 없다. 버스비 버클리의 휘황찬란한 무대와 프레드 아스테어의 날렵한 춤이 없는 뮤지컬은 뮤지컬로 쳐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원스>는 초라한 포크 메들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가난한 뮤지컬은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으며 영화의 힘이란 진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내게, <원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크레인을 사용해 마법 같은 효과를 살린 마지막 부분이다. 피아노 앞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은 오래 전 <레이스 뜨는 여자>의 이자벨 위페르가 다시 살아난 듯했다. 그 때, 내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ibuti)


TRACKBACK :: http://cinema5.tistory.com/trackback/581

  1. Subject: 원스 -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삭제

    2007년 가장 신선한 영화 중 한편으로서, 또한 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영화로서 [원스]가 가진 가치는 작지만 큰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록 대대적인 성공은 아닐지라도 영화를 관람한 관객 대다수가 극찬을 했고, 유명배우와 감독이 없는 이 소박한 영화가 장기간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롱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원스]는 뭔가가 있어보이는 영화다. 비록 뒤늦게 가까스로 관람을 마쳤으나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1.음악영화..

    2007/12/08 11:02
글이 어땠나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1. BlogIcon 오공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상암CGV에서 보았는데, 저 또한 진정성의 울림이 무척 큰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의 장르는 '챔버 팝'이라 해야겠지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2007/09/28 23:40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공훈 > 오공훈님 오랜만입니다. 저도 종종 님의 블로그에 들러 음악글 잘 읽고 있답니다.

      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원스>를 보는 마음이 각별할 거예요. 오공훈님도 그랬으리라 짐작해봅니다.

      2007/09/29 17:30
  2. BlogIcon 유바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커미트먼츠>의 포스터가 글렌 한사드였군요! 얼굴 기억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도무지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심장이 벌렁벌렁하네요. (한가지 여쭤볼게요. <커미트먼츠>, 어떻게 보셨나요? 코드1로 보신 건가요? 저는 도무지 볼 방법이 없다가, 부끄럽지만 '어둠의 경로'를 통해 봤거든요.)
    제 허접한 리뷰에 비하면, ibuti님의 리뷰는 정말 좋네요.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2007/09/30 01:42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미트먼츠'가 보다 정확한 발음인데도 '커미트먼트'라고 제가 굳이 쓰는 이유는 그게 비디오 출시제목이라서 그래요.
      <커미트먼트>는 1990년대에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영화광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던 작품입니다. 저도 그 때 봤고요. 이 영화를 무지 좋아했어요. 한국에서 나온 사운드트랙 음반을 샀고, 이후 미국에서 출시된 DVD도 구입했으니까요.

      2007/09/30 12:32
    • BlogIcon 유바바  댓글주소  수정/삭제

      <커미트먼트(츠)>가 정식 개봉은 하지 않았죠? 비디오로는 찾아볼 생각도 안했는데, 의표를 찔린 느낌입니다. 어쨌든 시대가 온갖 '대여점'들이 명멸해가는 때이니만큼 막상 구하려고 했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직 '국내 출시' DVD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 '기적'을 바라는 작품이 한둘이 아니라는 게 더 암울하네요...

      2007/09/30 22:11
    • BlogIcon ibuti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정식 개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비디오가 그리 흔한 게 아니어서 그 때도 아주 어렵게 구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게 국내에서 출시되려면 20세기폭스사를 통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 출시사는 예전작을 출시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곳이라...ㅠㅠ

      2007/10/01 09:14
  3. BlogIcon 오공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각별했습니다. 영화를 보며 가슴 뭉클해진 것도 오랜만이었답니다...

    2007/09/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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